[시온의 소리] 호모 스마트포니쿠스
혹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이 ‘내 목소리를 감청하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않은가. 뭔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인데 그리고 이를 누군가에게 말했을 뿐인데, 스마트폰 앱에 접속하면 떡하니 올라오는 그 제품의 광고들.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았는지 최근 이를 실험해 보는 뉴스가 나오기까지 했다. 결론은 근거 없음이었다. 그렇다면 이 점쟁이 광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신이 지금껏 온라인에서 검색했던 것, 텍스트로 남겼던 것, 오래 머물렀던 영상의 장면들, ‘좋아요’를 눌렀던 것. 이 모든 게 빅데이터로 저장됐고 온라인 회사들은 이를 근거로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점점 더 구체적으로 모형화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섬뜩할 정도의 점쟁이 광고들이 뜬다면 그건 그 회사가 이미 당신에 대한 모형화를 완벽히 끝냈음을 의미한다. 감청 따위는 필요 없다. 그것 없이도 당신의 다음 욕망과 행동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감청이 나아 보일 정도의 충격이다.
그런데 충격 너머의 엄청난 폐해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니라 우리가 조작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SNS나 영상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어떤 순서로 노출되는 것일까. SNS 친구들이 올린 순서라고 이해하기에 십상이지만 오산이다. 온라인 회사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당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좋은 관계를 맺거나 사회가 좋아지게 하는 데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사람들이 거기 오래 머물게 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곧 광고로 연결되고 그게 곧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시선을 고정할 콘텐츠가 주로 노출되게끔 알고리즘을 설계해 놓았다. 주로 외설스럽거나 분노를 일으킬 만한 콘텐츠 말이다. 더욱이 1분 미만 숏폼의 대유행은 온라인 회사들에는 축복이다. 누구든 진입만 한다면 그들의 시간을 한아름 강탈할 수 있기에.
지금까지 지난해 출간된 ‘도둑맞은 집중’이라는 책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나눠보았다. 저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에 잠식돼 현대인들이 집중력을 도둑맞아버렸기 때문에, 현대인 대부분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한다. 이와 함께 이는 개인의 의지로 넘어서는 게 거의 불가능한 온라인 시대의 구조적 문제라고 결론짓는다.
책을 읽고 난 후 내 질문은 ‘이런 구조적 문제 아래 머무는 우리가 과연 신앙생활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였다. 신앙은 말씀으로부터 비롯되고, 숙고와 적용 아래 긴 호흡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여정과 같은 것인데 말이다. 또 그런 우리가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게 가능할까. 심지어 가족이란 게 가능할까. 살아있는 인간은 내 앞에 있는데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아무 관계 없는 온라인상의 남의 삶을 엿보고 있는 역설적 태도를 떠올려 본다. 명절이라고 가족들이 모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들 각자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다.
‘호모 스마트포니쿠스(Homo SmartPhonicus)’라는 말을 아는가. 스마트폰의 등장은 그저 신기술의 도래가 아닌 인류의 의식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전환점이 돼버렸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인간의 등장은 새로운 인종의 탄생과 맞먹는다. 그러나 좋은 전환은 아니다.
어쩌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듯하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안겼으나 어느새 우리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잡아먹는 일상의 우상이 돼버렸다. 나아가 우리네 집중력을 빼앗아 감으로써 우리의 인간성을, 하나님의 형상됨을 앗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호모 스마트포니쿠스에게는 사랑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또 다른 말은 상대에 대한 ‘집중’이다. 그런데 긴 호흡으로 상대를 마주할 수 없다면, 이웃은 결코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하나님을 예배한들 스마트폰에 중독된 나는 ‘하나님의 형상’이 아닌 ‘호모 스마트포니쿠스’이다. 그런 이들이 사는 우리 시대의 신앙 문법은 분명 새로이 전환돼야 하지 않을까.
손성찬 이음숲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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