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김경수는 왜 복권되지 못했나
설 명절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일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사면 대상에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살다가 2022년 말 ‘복권 없는 사면’이 됐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번에도 복권되지 못했다. 4·10 총선 등 당분간 출마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야권 일각에선 “똑같이 댓글 사건에 연루됐는데, 김관진은 풀어주면서 김경수는 복권하지 않는 의도는 뭔가. 사면도 여야 차별인가”라는 반발이 나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사면에 앞서 각계 의견을 듣는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있으니, 이번에 누구 좀 사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청원을 받는 거다. 최소한의 의견 수렴 과정이다. 민주당에도 원하는 대상이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김경수 전 지사가 포함될 것이라 여겨 법적·절차적 하자 등을 미리 검토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청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뚱맞게 풀어주나.”
■
「 민주당 요청 없었다는 게 여권 설명
임종석 겨냥한 친명계 맹공도 거세
'이재명 라이벌 죽이기'로 점철되나
」
대신 민주당이 요청한 심기준·박기춘 전 국회의원, 전갑길 전 광산구청장은 모두 사면·복권됐다. 물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요청이 없더라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요청이 없는데 김 전 지사만 콕 집어 복권하면 민주당 분열을 노린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니, 갈라치기 전략이니 하며 반발만 커지지 않았겠나”라고 반박했다.
여권의 술책일지 모른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건 맞는 듯싶다. 복권되면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야권 유력 주자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복권되지 못하면 그의 피선거권은 2027년 12월까지 박탈된다. 차기 대선은 2027년 3월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이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그는 본인의 지역구였던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친명계가 기다렸다는 듯 임 전 실장을 맹공했다. 원외 친명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임 전 실장은 정권교체의 계기를 제공하고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인사”라고 포문을 열었고, 이 대표 최측근들도 “이번 총선 목표가 개인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면 물러서는 것이 맞다”(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 “정권을 빼앗긴 주역이 출마하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라며 가세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두 차례나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이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한 것도 임 전 실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에서 중·성동갑 후보로 또 거론되는 이는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조 부위원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의 변호를 맡았다. 임 전 실장과는 지명도 등에서 격차가 크지만 친명계는 “적합도 조사를 돌리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중·성동갑은 전략공천 지역”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친명계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문명(文明) 충돌은 과장됐다. 솔직히 당에 친문이 더 많은데 어떻게 다 쫓아내나. 대신 임종석은 다르다. 미리 싹을 잘라야 한다.” 이번 민주당 공천의 큰 줄기가 ‘이재명 라이벌 솎아내기’라는 것이다.
김경수·임종석과 함께 이 대표의 대항마로 꼽히는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조 전 장관은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은 데 이어 13일 총선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조국 신당’ 등의 형태로 연합비례정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정적 죽이기’ 차원에서 보면 조 전 장관 역시 내치는 것이 순리지만 당내 기류는 묘하다. “조국은 유명세만 있지 민주당 내 세력이 없다. 들어와도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을 간택할지도 이번 총선의 숨은 관전 포인트다.
최민우 정치부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억력 평균 3배 늘려준다…치매 막는 ‘뇌 청소’ 수면법 | 중앙일보
- 1년에 365번 넘게 병원, 이런 환자 2260명…대체 무슨 병 | 중앙일보
- 묻어두면 노후에 돈 번다…반도체보다 3배 커질 ‘이 시장’ | 중앙일보
- 남친 보려고 전용기 띄운 팝스타…'탄소 배출 90t 폭탄' 논란 | 중앙일보
- '삼류 한국증시'에 돈 넣은 국민연금..."국민 160조 손해본 셈" [코리아 디스카운트 끝내자 <1>] |
- "디즈니 영화는 실패없다" 그 꿀팁, 이제 안 통하는 이유 | 중앙일보
- "낮잠 재우려고"…생후 1개월 아기 오븐에 넣은 '엽기 엄마' | 중앙일보
- [단독] "이재명입니다"…'공천 적합' 낮은 의원에 직접 전화 | 중앙일보
- 독일 공주, 성인 잡지 화보 찍었다…"1000년 된 가문의 불행" | 중앙일보
- "관광객 오라고" 공항에 리얼돌 세웠다…일본도 놀란 막장 지자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