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최근 미국의 예상 뒤집은 성장 비결
미국 경제는 40년 만에 처음 보는 최대폭의 금리 상승에도 회복력이 놀랍다. 작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2.5% 성장했다. 실업률은 현재까지 24개월 연속 4% 미만인데, 이는 50여 년 만에 깨진 기록이다. 또한 작년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증가하고 임금 불평등이 감소했으며, 여성(25~5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역대 최고치(77.8%)를 경신했다. 2023년 3분기 실질 민간 제조업 건설 투자는 1958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악관은 역사적인 제조업 호황의 주요 요인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부러운 숫자들이다. 수치를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성장을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생산성의 향상. 둘째,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셋째, 고정금리부채로 인한 금리 인상 효과의 지연이다.
첫째, 생산성 향상. 시간당 생산량으로 측정하는 민간부문 생산성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22년 1분기 이후 크게 상승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더 나은 보수를 받고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기업 투자 역시 2007~2009년 경기 침체 이후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돼, 현재는 팬데믹 이전 정점보다 10%나 높다. 인공지능의 혜택이 실현된다면 생산성 상승이 지속될 것이다.
둘째, 미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덕분이다. 미정부는 작년 적자 폭을 GDP의 6.2%로 늘렸다. 경제는 친환경 보조금과 경기 부양책 덕분에 높은 금리에도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다. 셋째, 금리 인상 전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로 돈을 빌렸던 대기업과 주택 소유주들에게 아직 금리 인상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은 부채를 새로운 이자율 수준으로 재융자받아야 한다면, 경제활동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실제로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변동금리 부채를 지고 있거나 만기가 짧은 부채를 높은 금리로 재융자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이미 위축됐다.
예상을 뒤집는 현 상황은 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동일하거나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 능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2년 기준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74.0달러다. 독일이 68.6달러, 프랑스는 65.6달러에 이르지만, 한국은 43.0달러로 이들 국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향후 30년간의 인구 추이가 어느 정도 결정된 지금, 우리가 벤치마크할 수 있는 방법은 민간부문의 생산성 향상뿐이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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