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이용·주택 매매, 北 시장화 가속…선진적 경제 시스템은 '아직' [南가희의 北스토리]
'돈주' 통해 돈 빌리기도…대부분 무이자 대부
주택 거래 경험은 46.2%… 중개인도 존재
자본주의 발달 속 김정은 체제 불만도 ↑
북한 정권의 지속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금융을 이용하고 주택 매매 등도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진적 경제 시스템 마련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2013~2022년 10년간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1:1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종합한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경제 활동의 중심은 기존 국영 경제에서 사경제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들의 경우 국영경제 전업 종사자가 43.9%로 17.8%인 사경제 전업 종사자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1~2015년을 기점으로 사경제 전업 종사자 비중이 확대됐다. 실제 가장 최근인 2016년~2020년 사이 탈북한 응답자들의 37.0%는 사경제 활동에 종사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0% 이상은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고 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전체적으론 북한돈이 많았는데, 대상 시기를 2016~2020년으로 좁히면 중국 위안이 68.4%로, 북한 원 25.7%를 압도했다. 미국 달러도 5.2%를 차지했다.
시장이 자연스레 성장한 탓에 개인 간에 돈을 빌리는 사금융 활동도 성행하기 시작했다. 본래 북한에서는 개인 간 돈을 빌리는 행위는 금지돼 있으나 32%는 북한에 있을 때 사적으로 돈을 빌렸다고 답했다. 김정은 집권 이전인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돈을 빌리는 대상은 대부분 가족 및 친지였는데 2012년 이후에는 '돈주'나 환전상 등에게 빌리는 비율이 21.7%에 달했다. 돈을 빌린 목적은 '장사 밑천'이 53.4%, '생활비'가 39.7%였다. 다만 대부분의 거래가 무이자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주택은 공식적으로 당국 소유로 개인 간 매매가 금지돼 있지만, 주택 매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산 증식 수단으로 '살림집 이용 허가증'(입사증)을 사고팔고 있다. 2016~2020년 탈북자 중 주택 양도·매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6.2%나 됐다.
2016∼2020년 탈북민은 주택 판매와 구매 시에 각각 30.1%와 20.0%가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개인이 존재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주택 선택에도 자본주의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2016∼2020년 탈북민 42.9%가 주택의 가격 결정 요인으로 '위치'를 꼽았으며 아파트나 단독 등 주택의 유형(18.9%), 주택의 크기(14.1%) 등이 뒤를 이었다. 좋은 주택의 위치로는 시장이나 공공기관에 가까운 곳을 공통으로 꼽았고, 평양에서는 지하철역 근접성도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로열층'인 3∼4층이 주로 선호되고 있는 사실도 증언을 통해 전해졌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있지만 제도적 시장 시스템은 아직 발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97.5%가 상업은행의 부재 속에 대부분의 여유자금을 '집에 두었다'고 응답했는데, '은행이나 저금소에 보관했다'는 응답은 평균 1.6%로 미미했다.
이는 제대로 된 상업은행도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상업은행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1~2015년 상업은행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비율은 3.8%에 불과했으나 2016~2020년 13.3%로 소폭 상승했다.
한편 시장의 논리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50.7%가 북한에 있을 때 김 위원장 집권 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응답률은 12.7%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이 연일 강변하는 '강성대국'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5.7%가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강성대국에 가까워졌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강성대국에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단 9.4%뿐이었다. 또 응답자의 55.5%가 북한에 있을 때 정치 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북한에 있을 때 김 위원장 권력 승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응답자도 43.8%나 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계획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11~2015년 44%, 2016~2020년 49.5%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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