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이용·주택 매매, 北 시장화 가속…선진적 경제 시스템은 '아직' [南가희의 北스토리]

남가희 입력 2024. 2. 13. 00:10 수정 2024. 2. 1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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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한주민 경제·사회 인식 실태 보고서 공개
'돈주' 통해 돈 빌리기도…대부분 무이자 대부
주택 거래 경험은 46.2%… 중개인도 존재
자본주의 발달 속 김정은 체제 불만도 ↑
쇼핑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 ⓒ조선중앙통신

북한 정권의 지속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시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금융을 이용하고 주택 매매 등도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진적 경제 시스템 마련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2013~2022년 10년간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1:1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종합한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경제 활동의 중심은 기존 국영 경제에서 사경제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들의 경우 국영경제 전업 종사자가 43.9%로 17.8%인 사경제 전업 종사자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1~2015년을 기점으로 사경제 전업 종사자 비중이 확대됐다. 실제 가장 최근인 2016년~2020년 사이 탈북한 응답자들의 37.0%는 사경제 활동에 종사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0% 이상은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고 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화폐는 전체적으론 북한돈이 많았는데, 대상 시기를 2016~2020년으로 좁히면 중국 위안이 68.4%로, 북한 원 25.7%를 압도했다. 미국 달러도 5.2%를 차지했다.

사경제 활동 종사자 비중 ⓒ통일부
'북한에 생활할 당시 돈을 빌린 대상' 조사 결과 ⓒ통일부

시장이 자연스레 성장한 탓에 개인 간에 돈을 빌리는 사금융 활동도 성행하기 시작했다. 본래 북한에서는 개인 간 돈을 빌리는 행위는 금지돼 있으나 32%는 북한에 있을 때 사적으로 돈을 빌렸다고 답했다. 김정은 집권 이전인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돈을 빌리는 대상은 대부분 가족 및 친지였는데 2012년 이후에는 '돈주'나 환전상 등에게 빌리는 비율이 21.7%에 달했다. 돈을 빌린 목적은 '장사 밑천'이 53.4%, '생활비'가 39.7%였다. 다만 대부분의 거래가 무이자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주택은 공식적으로 당국 소유로 개인 간 매매가 금지돼 있지만, 주택 매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산 증식 수단으로 '살림집 이용 허가증'(입사증)을 사고팔고 있다. 2016~2020년 탈북자 중 주택 양도·매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6.2%나 됐다.

북한에서 주택 양도 및 매매를 경험한 비율 ⓒ통일부
북한에서 주택 매매 시 중개인의 도움을 받은 경우 ⓒ통일부

2016∼2020년 탈북민은 주택 판매와 구매 시에 각각 30.1%와 20.0%가 중개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개인이 존재할 정도로 주택시장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주택 선택에도 자본주의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2016∼2020년 탈북민 42.9%가 주택의 가격 결정 요인으로 '위치'를 꼽았으며 아파트나 단독 등 주택의 유형(18.9%), 주택의 크기(14.1%) 등이 뒤를 이었다. 좋은 주택의 위치로는 시장이나 공공기관에 가까운 곳을 공통으로 꼽았고, 평양에서는 지하철역 근접성도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로열층'인 3∼4층이 주로 선호되고 있는 사실도 증언을 통해 전해졌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있지만 제도적 시장 시스템은 아직 발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97.5%가 상업은행의 부재 속에 대부분의 여유자금을 '집에 두었다'고 응답했는데, '은행이나 저금소에 보관했다'는 응답은 평균 1.6%로 미미했다.

이는 제대로 된 상업은행도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상업은행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1~2015년 상업은행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비율은 3.8%에 불과했으나 2016~2020년 13.3%로 소폭 상승했다.

북한 거주 당시 김정은 권력 승계에 대한 평가 ⓒ통일부

한편 시장의 논리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50.7%가 북한에 있을 때 김 위원장 집권 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는 응답률은 12.7%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이 연일 강변하는 '강성대국'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5.7%가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강성대국에 가까워졌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강성대국에 가까워졌다는 응답은 단 9.4%뿐이었다. 또 응답자의 55.5%가 북한에 있을 때 정치 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북한에 있을 때 김 위원장 권력 승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응답자도 43.8%나 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계획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11~2015년 44%, 2016~2020년 49.5%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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