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 또 다른 나라 ‘텍사스 공화국’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진출 시 텍사스에 공장을 짓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세금 감면 등 혜택이 많기 때문인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미국 내 사업하기 좋은 도시’ 1위에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 등 5개 도시가 선정되는 등 지표로도 드러납니다. 워낙 많은 기업이 위치하고 있다 보니 텍사스주 하나가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권 경제 규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다만 텍사스도 약점은 있습니다. 1935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 전력 시스템을 재편할 당시 유일하게 반대해 다른 주의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2021년 한파에 발전소가 멈추면서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긴 바 있죠. 최근 북미 대륙의 한파로 또다시 전력 중단이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텍사스가 독자 전력망을 고집한 이유는 원래 텍사스 공화국이라는 별개의 나라로 시작한 나름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텍사스는 멕시코 영토였습니다. 하지만 멕시코인들이 척박한 사막지대로 이주하지 않아 광활한 텍사스에 겨우 7000여명이 살고 있었는데요. 1823년 이민을 유치한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스페인과 독립 투쟁 끝에 출범한 멕시코 공화국은 가난한 미국 농민이 이주해올 것이라 기대했는데요. 오히려 부유한 남부 농장주들이 스티븐 오스틴을 지도자로 추대해 멕시코와 협상을 벌여 대규모 농장을 경영했습니다. 이들은 이주 초기 멕시코가 요구한 가톨릭 신앙과 멕시코법을 준수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이 멕시코인을 넘어서면서 1834년 오스틴은 은밀히 텍사스 레인저 민병대를 조직합니다. 미리 발각돼 실현되지 못하고 끝났지만 이주민들은 1836년 3월 1일 독립을 선언합니다. 분노한 멕시코 산타 안나 대통령은 퇴거 명령과 함께 직접 군대를 통솔해 알라모 요새에서 항거하던 정착민을 학살합니다.
전쟁 승리로 영유권 확보한 미국
‘알라모의 비극’으로 폭발한 이주민들은 1812년 미영 전쟁의 영웅이던 샘 휴스턴 장군이 조직한 민병대로 뭉칩니다. 여기에 “독립 성공 시 땅을 주겠다”는 약속에 몰려온 미국 청년까지 합세해 산 하신토(San Jacinto) 전투에서 멕시코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텍사스 분리 승인 도장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텍사스 독립을 후원한 미국은 연방 가입을 미룹니다.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 연방 가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텍사스 분리를 승인했기 때문입니다. 국가 간 조약을 깨트릴 수 없었던 겁니다.
이에 홀로 서게 된 텍사스 공화국은 투표를 통해 독립 전쟁 영웅 샘 휴스턴을 초대 대통령으로, 오스틴을 국무장관으로 선출합니다. 신생 수도 이름 역시 워싱턴 D.C를 본받아 휴스턴으로 명명하더니 3년 뒤에는 독립을 처음 주장한 스티븐 오스틴의 이름을 딴 오스틴으로 수도를 옮깁니다. 또한 외로운 투쟁을 상징하는 별 하나(Lone Star)가 그려진 텍사스 공화국 국기를 만들고 헌법을 정하는 등 9년간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홀로 생존’이 어려워지자 텍사스는 미국의 28번째 주로 편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멕시코가 반발하며 미국-멕시코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이 손쉽게 승리했고 멕시코는 캘리포니아 영토 절반과 텍사스 영유권 등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분리주의자들이 존재하고 단독 전력망을 고집하는 등 일부 독자 노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텍사스에 나가 근무하는 우리 산업 역군들이 해당 지역 정서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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