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신당 창당할 것" 文 "이해한다, 민주당 부족한 것 채우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 나흘 만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저녁 식사 전 환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이번 총선에서 무도한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다른 방법이 없다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격려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을 비롯해 더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도 채워내며, 민주당과 야권 전체가 더 크게 승리하고 더 많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길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 장관은 이에 앞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다. 방명록엔 “검찰 개혁과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위하며 헌신했던 내 마음속 영원한 대통령님을 추모합니다”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8일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같은 날 “4월 10일(총선)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라며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1일 자신이 주도하는 싱크탱크인 ‘리셋코리아 행동’을 출범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조 전 장관은 13일에는 고향인 부산에서 총선 관련 입장을 밝힌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지역구 출마보다는 신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조 전 장관의 정치 행보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엇갈린다. 가뜩이나 친명 대 비명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 내분이 격화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크다. 수도권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부각되는 자체가 당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2심까지 금고형 이상이 나온 이상 (조 전 장관)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국 신당과 합당에 대해 “논의한 적 없고, 정당 형태를 갖춘 진보 개혁 세력이 연합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은 지난 8일 연합 대상으로 “녹색정의당·진보당·새진보연합”을 거론하며 조 전 장관에게는 일단 선을 그었다.
반면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의원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은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피해를 본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그의 출마가 검찰 정권 심판이라는 선거의 구도를 뚜렷하게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과 가까운 인사는 “여론이 강력하게 원하면 조 전 장관의 신당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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