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속 영화가 던진 질문 '그대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D:영화 뷰]

류지윤 2024. 2. 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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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속 노인 문제 직면

극장가에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사회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 두 편이 도착했다. 김용균 감독의 '소풍'과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플랜 75'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부터 65세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돼 왔다. 일본의 65세 고령화 비율은 지난해 29%로, 내년 일본은 노인 인구가 30%를 넘는다. '소풍'과 '플랜 75'는 다른 문법으로 사회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노인들이 마주한 문제들을 바라본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여정은 마냥 따뜻하지 못하다. 영화는 80대 노인들이 재산과 부양을 둘러싼 가족들과의 갈등, 세대 차이, 요양원 생활, 존엄사 등을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노인 존엄사를 두고 노인들이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을 그리면서 늙어버린 육체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상황을 그리며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로 시니어 관객들은 '소풍'을 보고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비단 노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겪게 될 노년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내어 이전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다짐하고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전 세대 모두를 관통하는 공감을 전한다.

'플랜 75'는 75세 이상 노인에게 국가가 죽음을 권하는 국가 정책 '플랜 75'로 얽히게 된 네 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을 총지휘한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 '10년'에 수록된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장편화한 작품으로, 일본 개봉 당시 '국가가 생산력 떨어지는 국민의 죽음을 종용한다'는 서늘한 설정과 묵직한 메시지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플랜 75'의 정책은 고속 고령화로 일본 사회에서 노인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젊은 세대가 짊어저야 할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75세 이상이 된 노인에게 10만 엔을 지급하고, 안락사를 시켜주는 정책이다. 아직 사회적인 활동이 가능하지만, 일터에서 받아주지 않아 망설임 끝에 '플랜 75'를 선택하게 된 미치(바이쇼 치에코 분), '플랜 75' 정책을 노인들에게 제안하는 시청 공무원 히로무(이소무라 하야토 분),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플랜 75' 센터에서 유품 정리를 맡게 된 필리핀 이주 노동자 마리아(스테파니 마리안 분), '플랜 75'를 신청한 노인들의 변심을 막기 위해 고용된 콜센터 직원 요코(카와이 유미 분)를 통해 이 정책이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은 미치의 분량이 크다. 호텔에서 해고 된 뒤, 집이 철거 대상이 되면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여기에 말동무 상대였던 이네코의 고독사를 마주하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면 받는 사회 속에서 '플랜 75'를 선택한다. 또한 히로무는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플랜 75'를 마치 보험을 팔 듯이 웃으며 노인들에게 권유하지만, 삼촌이 '플랜 75'를 선택하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평범한 인물들이 '플랜 75'라는 정책 안에서 방황하는 가운데 국가는 성공적인 정책이라며 나이 제한을 75세에서 65세로 낮춘다.

영화는 장애인과 노인을 돌보는 요양원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인에게 초점을 맞춘 이유는 우리 모두 누구나 늙기 때문에 조금 더 피부로 영화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은 "플랜 75'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 밖에 영화에 묘사된 내용은 전부 실제로 사회에서 볼 수 있다. 사회 분위기가 노인층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너그럽지 못하다. '비생산적인 사람들'을 제거한다는 건 파시즘과 상당히 유사한 생각인데, 그런 분위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다"라고 영화로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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