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에게 체외충격파 치료 지시한 의사… 대법, 벌금 100만원 확정

최석진 2024. 2. 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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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료 보조행위 넘어선 의료행위
'의료법 위반' 간호사도 벌금 30만원 확정

간호사에게 환자에 대한 체외충격파 치료를 지시한 의사와 의사의 지시를 받고 치료를 한 간호사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가 스탠드처럼 치료기기를 붙잡고 있었을 뿐이라며 의료법상 금지된 의료행위를 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제27조 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모순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87조의2 2항 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경기도 군포시의 한 병원 원장인 A씨는 2018년 2월 9일 어깨 회전근개 염증으로 찾아온 환자 C씨에게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려고 했지만, 대기 환자가 많고 물리치료사가 자리를 비운 탓에 간호사인 B씨에게 치료를 지시했다.

B씨는 2018년 2월 9일에 이어 같은 달 19일과 26일, 다음달 5일까지 총 4번에 걸쳐 C씨에게 체외충격파 치료를 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두 사람은 의사인 A씨가 치료를 시행할 부위와 치료기의 강도를 정확하게 지정해 지시했고, B씨는 스탠드처럼 치료기기를 몇 분 동안 들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에 B씨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적법한 진료보조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의료법 위반행위가 맞다고 보고 두 사람에게 각각 100만원,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먼저 간호사의 진료 보조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원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진료행위 자체를 간호사가 하도록 하면 의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또 대법원은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이라면서도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B씨의 행위는 진료 보조행위가 아닌 진료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재판부는 간호사인 B씨에 의해 체외충격파 치료가 시행됐더라도 그 횟수나 시행 간격에 비춰 위험성 문제는 거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체외충격파 치료는 치료 직후 치료 부위의 통증이나 피부의 자극이 존재할 수 있으며,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항응고제류를 복용 중인 환자의 경우 혈종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재판부는 ▲의사 A씨가 환자의 몸에 치료를 시행할 부위를 구체적으로 표시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A씨는 진료실에서 환자의 어깨 통증 부위를 확인해 표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치료실에 입회하지도 않은 점 ▲B씨는 환자의 목부터 어깨 부위, 오른쪽 등판 전체 등 비교적 넓은 부위를 이동하면서 치료기를 사용했고, 치료기를 사용한 시간이 약 5분 정도에 이르는데 B씨가 치료기를 사용하는 동안 환자의 반응에 따라 적용 부위, 강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A씨가 그에 대한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은 점 ▲오히려 A씨는 환자 C씨가 겨드랑이 부분 통증을 호소하자 "B씨에게 겨드랑이 치료를 더 해달라고 말해라"라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A씨도 B씨가 스스로 그 적용 부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A씨가 B씨에게 치료를 시행할 부위와 치료기의 강도를 정해 지시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춰 B씨가 체외충격파 치료를 위한 진료 보조행위를 넘어 진료행위 자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두 사람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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