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세의 목적?…건강이 아니라 재정이었다[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지방자치 재원 마련이 담뱃세 출발
점차 오른 세율에 각종 부담금도 ↑
2015년 오른 담뱃값, 8년째 동결
‘총선 후 인상?’…정부는 “계획 無”
담뱃세가 오를 거라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지요. 흡연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은 담뱃값 인상이 큰 부담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담배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을까요? 흡연자들이 1년에 내는 세금은 얼마나 될까요? 왜 담뱃세를 올린다는 걸까요? 지금부터 담배에 얽혀있는 세금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지방자치에 필요한 돈 어디서’…담뱃세의 시작
한국이 담뱃세를 도입한 때는 1989년 1월 1일입니다. 담배 제조업자와 수입판매업자, 외국에서 담배를 들여오는 사람에 대해 세금을 거두는 ‘담배소비세’였죠. 단 외국 담배를 들여올 때는 궐련 400개비 즉 20갑까지는 면세 혜택을 제공해줬고요. 당시 세금은 궐련 20개비(1갑)당 360원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담배 ‘거북선’이 500원, ‘한라산’은 700원에 팔렸습니다. 1980년대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30~60원 정도였으니, 담배가격은 물론 세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정부가 담배소비세를 도입한 이유는 뭘까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였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담배소비세는 오로지 국가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당시는 ‘지방자치’가 큰 화두였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만큼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열의가 대단했죠. 문제는 재원이었습니다. 지방정부가 자치를 할 만큼의 재원이 부족했죠. 정부는 국민들이 태우는 담배에 세금을 거둬 돈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1989년 2월 8일 법제처의 한 사무관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담뱃세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보면 정부의 생각을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스멀스멀 오른 담뱃세, 부담금도 덩달아 올랐다
실제로 담배소비세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담뱃값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설 이후 국가가 부담금을 다시 만들고 세율을 올리면서 차츰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죠. 정부는 1994년에 담배소비세를 27.8% 올린 460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7년 뒤인 2001년에는 다시 10.9% 올린 510원으로 올렸습니다. 2005년에는 다시 641원으로 대폭 높였고요.
다른 세금도 붙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교육세입니다. 담배소비세를 처음 만들 때 없어졌던 교육세는 1996년 지방교육세라는 이름으로 부활해 184원이 부과됐습니다. 1996년 말에는 폐기물부담금이 4원 추가됐고, 1997년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2원 신설됐습니다. 여기에 1999년부터는 부가가치세가 10%씩 추가됐고요. 이들 세금과 부담금 역시 시간을 거치면서 대폭 인상됐고요.
담뱃세 논란에 불이 붙은 건 2015년입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을 내세우며 담배소비세를 641원에서 1007원으로 올립니다. 건강증진부담금도 354원에서 841원으로 높였고요. 그러자 담배 한 갑의 가격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폭등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세율 인상이 금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죠.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는 2조8000억원 증가하지만, 담배 판매량이 34% 줄어든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국민건강 위한 담뱃값 인상?…불붙은 ‘꼼수증세’ 논란
하지만 정부가 설정한 담배가격이 세금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2014년 조세재정연구원은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이라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4500원일 때 세금이 가장 많이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죠. 흡연율을 낮추는 게 진짜 목적이라면 담배가격을 더 높여야 하는데, 판매량이 지나치게 줄어 세수가 줄어들었죠.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더 거두는 게 목적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요?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4억갑에서 2015년 33억갑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흡연율은 24.2%에서 22.6%로 하락했고요. 다만 담배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흡연율이 떨어졌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가격 인상이 초기에는 흡연율을 떨어뜨리지만, 수개월이 지나면 소비자들이 무뎌지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연구도 많거든요. 실제로 흡연율은 2016년 다시 23.9%로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죠.
세수는 아주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담배 세수는 2014년만 해도 6조990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2012년(6조9130억원), 2013년(6조5875억원) 데이터와 비교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죠. 하지만 담배 세율을 올린 2015년 무려 10조5181억원의 세수가 걷혔습니다. 세수가 한 번에 50.4%나 늘어난 거죠. 2016년에는 12조3000억원으로 또 뛰었고요. 초기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세율이 늘어났고, 시간이 지나며 금연을 시도했던 흡연자들이 다시 담배를 구매한 영향입니다.
계속되는 ‘총선 후 인상론’…정부 “계획 없다”
현황은 어떨까요. 지난해 담배는 36억1000만갑이 팔렸습니다. 1년 전보다 0.6% 줄었죠. 다만 궐련 담배 판매량이 2.8% 줄어드는 와중에도,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12.6% 늘어났습니다. 담뱃세는 11조7000억원이 걷혔습니다. 2021년 11조7000억원, 2022년 11조8000억원으로 사실상 변동이 없었죠. 흡연율은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2022년 전체 흡연율은 17.7%로 집계 이래 가장 낮죠.
그런데 담뱃세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5월 ‘제36회 세계 금연의 날 기념식 및 포럼’에서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담뱃값을 OECD 평균인 8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원장은 2015년 담뱃값 인상을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대한금연학회가 ‘담배 가격정책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추계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발표자였던 조홍준 울산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총선 이후 대선 이전에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죠.
담뱃세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근거에는 세수 부족 현상이 있습니다. 지난해 국세는 344조1000억원이 걷혀 본예산 예상보다 56조4000억원이 부족했습니다. 만약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리면 담뱃세는 20조9800억원으로, 1만원이라면 26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담뱃값이 8년간 동결됐으니 실질적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금연을 유도하려면 담배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거죠.
정부는 여러 차례 담뱃값을 올리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담뱃값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지난달에도 설명자료를 내고 “담뱃값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총선 이후 담뱃세가 오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이에 지난 5일 다시 “정부는 담배에 대한 세율 인상 등을 비롯해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총선 이후에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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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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