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줄폐업"…이복현에 하소연한 코인거래소[귓속말]

황윤주 2024. 2. 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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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실명계좌 불가능해지면서 손실 누적
법 시행으로 금감원 감독 대상
영세 거래소 줄폐업 우려 커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서울 프론트원에서 '가상자산사업자 CEO 간담회'에 참석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와 이야기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는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워 망해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사전 점검에 나서는 오는 5월부터 폐업이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개최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도, 가상자산 업계 CEO도 당시 현장 분위기를 두고 '뜨거웠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7월19일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앞두고 금감원이 제시하는 검사·감독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금감원은 법 시행 전까지 가상자산 거래소에 조직, 시스템, 내부통제 체제 등 제반 사항을 완전히 갖춰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의견을 나누려고 했으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비공개회의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됐는데, 대부분의 이야기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발급이었습니다. 금융위 소관인 실명계좌 발급 문제를 금감원장에게 하소연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5개 가상자산 거래소 외에 실명계좌 발급이 어렵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전 사전 점검에 나서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줄폐업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만 원화마켓(원화와 코인 간 거래 지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2021년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에 따라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처음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심사는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이후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금융위가 실명계좌 발급기준을 높였고, 현재 원화마켓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뿐입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CEO는 "2021년 당시 금융위는 실명계좌 발급 기준과 관련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하되, 자금세탁 책임도 은행에 있다'라는 입장을 냈다"며 "이는 실명계좌 발급을 사실상 하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압력을 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5대 거래소를 제외하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으니 대부분 적자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명계좌 발급은 금감원 소관이 아니지만 답답한 가상자산 업계가 이 원장에게 현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기조는 이달 초 입법 예고된 특금법 시행령에서도 드러납니다. 특금법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사업자에 계좌를 열어주기 위해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완료 △자금세탁위험 평가 △실명계좌 획득을 위한 준비금(30억원) 확보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법 시행과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자연스럽게 대형사 중심으로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형 거래소 CEO는 구조조정 후폭풍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은행과 달리 내부통제, 컴플라이언스 등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며 "오는 5월부터 사전점검이 시작되면 조직 운영,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폐업을 결정하는 곳이 많아질 텐데 고객 예치자산 보호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신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폐업하면 채권자가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데, 고객의 예치금도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가 문을 닫아도 고객 예치 자산을 5년 이내에 반환해야 합니다. 영세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를 제대로 따를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설명입니다. 고객 예치자산 보호 의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만 맡겨두지 말고 당국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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