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40배' 새만금 이 도로…두 도시 혈투에 '지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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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투자 유치…동서도로 지번 없어
전북특별자치도 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엔 기업이 바글거린다. 윤석열 정부 들어 10조원 규모 투자가 몰리면서다. 새만금 내부를 십자(+)형으로 잇는 동서·남북도로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새만금 어디든 자동차로 20분 안에 갈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새만금 국가산단을 법인세·소득세가 면제되는 국제투자진흥지구와 국가 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현재 신항만까지 건설 중이어서 해외 수출을 노리는 2차전지 기업이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작 새만금 가로 축인 동서도로는 2020년 11월 완공됐지만, 아직까지 지번(地番)이 없다. 군산시와 김제시가 도로 관할권을 놓고 서로 '우리 땅'이라고 대립하며 3년 넘게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번은 토지의 일정한 구획을 표시한 번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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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중분위 관할권 결론 못 내
11일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동서도로는 1991년 새만금 방조제 착공 이후 30년 만에 만들어진 첫 간선 도로다. 방조제 중간 지점(2호 방조제)에 들어서는 신항만부터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김제시 진봉면까지 16.5㎞를 잇는 왕복 4차선 국도다. 새만금개발청이 국비 3637억원을 들여 2015년 11월 착공한 지 5년 만에 완공됐다. 해양수산부는 새만금에 국비 등 3조698억원을 들여 2040년까지 5만t급 2척 등 대형 선박 36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부두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신항만 방파제와 동서도로 모두 행정 구역이 정해지지 않았다. 두 시설물 관할권 분쟁은 2022년 12월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분위)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불거졌다. 그간 다섯 차례 심의를 거쳤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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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개발부터" vs 김제시 "관할권 먼저"
두 지자체는 도로·항만 관할권 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이게 훗날 매립지(291㎢) 귀속지 결정을 좌우한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7월 완공된 남북도로 일부 구간(새만금 산단~동서도로 교차점)도 두 지자체가 행안부에 귀속을 희망하면서 관할권 다툼이 예상된다. 4249억원이 투입된 남북도로(27.1㎞)는 새만금 내부 산업연구용지~복합개발용지~관광레저용지와 군산(오식도동)·부안(하서면) 등 주변 도시를 세로로 연결하는 왕복 6·8차선 국도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새만금 신항은 군산시가 담당하는 해상이자 군산시민이 거주하는 비안도와 무녀도 사이에 조성되는 인공 섬 형태의 항만이고, 동서도로는 군산시가 전기·수도·가스 등을 설치·공급하는 새만금 국가산단 물류를 새만금 신항과 연결하는 기반 시설"이라며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집안 싸움이 국책 사업 명분과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개발부터 한 뒤 관할권을 결정하자"고 한발 물러났다. 새만금 개발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중분위 관할권 심의를 잠정 중단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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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사각지대…법적 책임 모호" 지적
반면 정성주 김제시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관할권 결정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새만금 매립 지역 관할 결정 기준에 따라 김제 관할인 2호 방조제와 연접한 동서도로와 신항만은 김제시로 귀속되는 게 맞는다"면서다.
관할 결정이 지연되면서 주민 간 갈등은 커지고 있다. 두 지자체는 관할권 분쟁을 위해 대형 로펌과 수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공공물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 안전 사각지대가 생기고 법적 책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광식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새만금 행정 구역을 조기에 결정하지 않으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경제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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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공약
앞서 2010년 4월 준공된 새만금 방조제를 두고서도 10년 법적 다툼 끝에 관할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2021년 1월 대법원 판결로 1호(4.7㎞) 구간은 부안군, 2호(9.9㎞) 구간은 김제시, 3·4·5호(19.3㎞) 구간은 군산시에 각각 귀속됐다. 이에 반발한 군산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을 아우르는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올해 중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을 전북 1호 공약으로 내놨다.
■ 새만금 개발 사업은 군산·김제·부안 앞바다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33.9㎞)를 쌓아 서울 여의도(2.9㎢) 면적의 140배인 409㎢(토지 291㎢와 담수호 118㎢)를 새로 만드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이다. 1987년 12월 대선 당시 민정당(국민의힘 전신) 노태우 후보가 호남 표를 얻기 위해 처음 공약으로 내건 지 38년째 대선 단골 공약이다. 하지만 정부 논의 단계에서 사업 타당성이나 예산 검토가 없었던 탓에 환경 오염과 예산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2014년 확정한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계획 면적(291㎢)의 78.1%를 개발해야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 48%(139.8㎢)만 매립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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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김제·부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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