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이하 아파트, 거래 부쩍 늘었다"…신생아 특례대출 효과?
“최근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 문의가 부쩍 늘었어요.”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지난달에만 전용 59㎡ 9억원 이하 매물이 3건이나 계약이 체결됐다”며 “호가도 조금씩 오르고 가격도 한두 달 새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응암동 백련산SK아이파크는 지난달 27일 전용 59㎡(13층)가 8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 12층 매물이 8억20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한 달 새 3500만원이나 올랐다.
지난해 4분기 ‘거래 절벽’에 가까웠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다. 집값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인식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9억원 이하 아파트부터 거래량이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를 비롯해 노원구·금천구·관악구 등에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올해는 신생아 특례 대출이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량과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건수는 1732건(2월5일 신고 기준)으로 벌써 지난해 12월(1825건) 수준에 근접했다. 주택은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하기 때문에 지금 추세라면 1월 거래량이 2000~3000건까지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6억∼9억원) 대출 중단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 3400건에서 10월에는 2337건으로 1000건 이상 감소했고, 11월 1843건, 12월은 1825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 1월 들어 거래가 늘기 시작해 이달 설 연휴를 고려하더라도 작년 10월 수준으로 거래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연초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 신청이 심상치 않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공교롭게도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6억원 이하)까지 모두 종료된 지난달 29일 시작됐는데, 국토부가 지난 4일까지 대출 신청을 집계한 결과 일주일 만에 총 2조4765억원(9631건)이 접수됐다.
전체 접수분 중 주택 구입자금용인 디딤돌 대출이 2조945억원(7588건·85%)이었고, 전세자금용인 버팀목 대출은 3820억원(2043건·15%)이었다.
다만 아직은 기존 대출을 저리의 신생아 특례 대출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많았다. 디딤돌 대출 중 대환 용도가 1조6061억원이었고, 신규 주택 구입 용도는 4884억원이었다. 신생아를 둔 가구 가운데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1주택자가 먼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출시 초기엔 대환 용도가 많다가 점차 주택구입 대출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 대출이 작년 특례보금자리론처럼 전반적인 집값 반등을 가져오긴 어렵지만, 대출 대상인 9억원 이하 아파트에선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신생아 출생, 소득 기준, 주택 면적 등 여러 조건을 부합해야 해서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대해 저리로 구매 및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주택가액 9억원 이하가 대상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특례보금자리론과 같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면적이 전용면적 85㎡로 제한되고, 대출자에 대해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및 순자산 보유액 제약 요건이 추가됐다.
정부는 올해 신생아 특례 대출을 위해 주택 구입자금 26조6000억원. 전세자금 5조4000억원 등 총 3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앞서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작년 12월 말까지 유효신청 규모가 총 43조원으로, 이 중 65.3%인 28조1279억원이 신규 주택 구입자금 목적으로 쓰였다. 작년에 팔린 주택(55만5054건) 매수자의 20%(11만771건)가 이용했을 정도로 거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산만 보면 신생아 특례 대출도 적지 않은 규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신생아 특례 대출 이자는 연 1∼3%대로 연 4%대였던 특례보금자리론보다도 낮다”며 “금리 매력이 워낙 좋아서 설 연휴가 지나고 봄 이사철에 맞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장소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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