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고문하고... 가족이 당한 일의 대가가 2700만 원
[성낙선 기자]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시물. 거리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계엄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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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245에서 내려다본 옛 전남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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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245 3층. 1980년 5월 27일 새벽, 당시 전일빌딩을 점령한 계엄군이 YWCA에 있던 시민군과 총격전을 벌인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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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을 처참히 짓밟은 대가가 2700만 원
님을 위한 행진곡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다.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위험한 노래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노래가 1980년 봄,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의 실체를 매우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서다. 1980년대는 소문이 횡행하던 시대였다. 사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문의 실체는 언젠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쓴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광주 시민들이 죽어가면서 외친 말들이 결국 현실이 되고 있다. 독재정권이 유언비어라고 매도했던 소문들은 모두 사실이 되었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 당시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함지박. 시민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나눠줬다. 이후 주먹밥은 광주 공동체를 상징하는 음식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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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대면하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 지난 1월 말, 광주에서 한 가지 가슴 아픈 재판이 열렸다. 5.18 당시 왼쪽 가슴이 잘려 나가고 골반부에 여러 발의 총탄으로 관통상을 입은 채 숨진 한 여고생에 관한 재판이다. 법원은 여고생의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가족에게 '2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 판결이 또 한 번 땅을 치게 만든다. 국가가 한 가족을 처참하게 짓밟은 대가가 겨우 2700만 원이다. 그 돈은 '윤석열 검사' 등 검사들이 밥값과 술값으로 쓴 수억 원의 공금과 비교해도 극히 적은 액수가 아닐 수 없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월 20일 밤 공수부대에 학살된 시신을 옮기던 손수레 모형. 당시 언론에는 이런 사실이 보도가 되지 않아 시민들이 직접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려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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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처참한 주검으로 돌아온 걸 보게 된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1년 뒤에 급하게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는 반신불수가 돼 6년 뒤 남편과 딸의 뒤를 따른다. 살아남은 남동생들은 평생 곤궁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 가족에게 27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린 법원의 결정은 그해 5월에 일어난 사건의 실체가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시물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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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장소다. 5.18 당시 도청에 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의 본부가 있었다.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으로부터 결사적으로 지켜내려고 했던 최후의 항쟁지였다. 이곳에서 다수의 시민군이 목숨을 잃었다. 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는 항쟁 기간 내내 대규모 군중 시위가 열렸다. 계엄군에 의해 고립된 광주 시민들을 하나로 만드는 구심점으로 작용했다.
▲ 전일빌딩245 카페에서 내려다본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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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은 한동안 복원 여부를 놓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옛 전남도청 뒤쪽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면서다. 그 문화전당을 짓는 과정에서 옛날 건물 일부가 철거되고 변형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광주 시민들이 항의가 빗발쳤다. 정부는 결국 옛 전남도청 본관을 비롯해 도청별관, 도청회의실, 경찰국 본관, 경찰국 민원실, 상무관 등의 건물을 모두 1980년 5월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 5.18민주광장에서 바라본 전일빌딩245와 5.18시계탑. 5.18시계탑에서는 매일 오후 5시 18분에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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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245 10층 전시장. 빌딩에 헬기 사격이 퍼부어지는 장면을 묘사한 전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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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245에 남아 있는 무수한 탄흔들
전일빌딩245은 도청에서 5.18민주광장 너머로 빤히 바라다보이는 건물이다. 10층 높이로, 1980년에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지금은 이 건물이 옛 전남도청 대신 5.18을 대변하는 건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이 있었던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건물이다. 건물 가까이 다가가면, 벽에 노란 점들이 무수히 박혀 있는 게 눈에 띈다.
▲ 전일빌딩245 10층 기둥에 남은 총탄 자국. 왼쪽 벽에 남은 탄흔을 오른쪽 거울에 비춰서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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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245 전시장, 광주 시가지 위에 헬기가 떠 있는 장면을 묘사한 전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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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사격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게다가 그 사실을 증거하는 문서도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전두환은 죽을 때까지 헬기 사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두환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면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전두환은 끝내 역사의 심판을 받지 않고 눈을 감았다. 재판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헬기 사격과 관련해, 전일빌당245에서는 지금도 계속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다. 더욱더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도 헬기 사격을 부정하는 목소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이 5.18 관련 소문을 모두 유언비어로 매도해 온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일빌딩245가 남아 있는 한, 그 사실을 계속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검열을 당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1980년 6월 2일자 전남매일신문. 김준태 시인이 쓴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에 삭제 표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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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가득 채운 기억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전일빌딩245에서 금남로를 따라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온다. 이 기록관은 광주광역시가 2015년 5월, '인류의 유산인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영구 보존하고 세계인과 공유하기 위해 설립'했다. 인류가 영원히 간직해야 할 기록물로 인정받아 2011년 5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 기록관에는 5.18과 연관이 있는 '시민들의 기록과 증언, 정부 기관과 군사 법정의 자료, 언론인들의 취재수첩 등 문서 4200여 건과 3700여 컷의 사진필름 등의 기록물을 전시 보존'하고 있다. 연구도 함께 이뤄진다. 이곳은 기록물이 매우 방대해 세세히 살펴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곳을 방문할 때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광주 시민 최병오씨가 5.18 당시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 일부. 이 사진들은 최병오씨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유품을 정리하던 아들 최재영 화가에 의해서 43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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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최병오씨가 1980년 5월에 찍은 것으로, 최재영 화가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화가 최재영은 '5월의 기억'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10일간의 회화작품으로 만들어 아버지가 남긴 사진과 함께 전시했다. 그 엄혹했던 시절에 그 많은 사진들을 찍어서 4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의 아들조차 그 사실을 모르게 간직해 왔던 사실이 놀랍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이 남아 있다. 이 노래는 1982년에, 고 백기완 선생이 작사를 하고 당시 전남대생이었던 김종률씨가 작곡을 했다. 5.18 당시 시민군대변인이었던 윤상원씨와 노동야학강사였던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든 곡이다.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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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을 소재로 한 영화' 전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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