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반찬 용기 사용하는 남성, 몸에 환경호르몬 쌓인다

오상훈 기자 2024. 2. 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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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냉장고 속 음식을 담아두는 플라스틱 용기를 통해서도 인체에 쌓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성용 교수는 "프탈레이트에 대한 인체 노출은 경구 섭취, 피부 흡수, 흡입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지지만, 경구 섭취가 주요 노출 경로"라며 "이번 연구로 미뤄볼 때 냉장고에 음식을 장시간 보관할 때는 플라스틱 용기보다 유리나 사기그릇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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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냉장고 속 음식을 담아두는 플라스틱 용기를 통해서도 인체에 쌓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탈레이트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꼽힌다.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이는데 많이 쓰이는 가소제(화학첨가제) 중 하나다. 흔히 플라스틱이 원료인 장난감, 바닥재, 포장재, 그릇, 세제, 화장품 등에 사용된다. 오랜 시간 노출되면 내분비계 교란과 신경독성을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천향대 구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조성용 교수 연구팀은 냉장고 내 식품 보관용 플라스틱 사용이 프탈레이트 노출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국민환경보건조사(KoNEHS)에 참여한 성인 3333명(남 1526명, 여 1807명)의 소변 시료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그런 다음 냉장실과 냉동실의 식품 보관에 플라스틱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전체 연구 참여자의 소변 시료를 통해 26종의 환경유해물질 농도를 분석했다. 냉장고 플라스틱 용기로는 그릇은 물론 지퍼백, 비닐봉지가 모두 포함됐다.

분석 결과, 냉장고 식품 보관에 플라스틱을 사용한 남성은 다른 재질의 제품을 사용한 남성에 견줘 소변 속 프탈레이트류(DEHP) 대사물질의 농도가 평균 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비교 조건에서 세부 대사물질별 농도는 MEHHP(모노 2-에틸-5-하이드록시헥실 프탈레이트), MEOHP(모노 2-에틸-5-옥소헥실 프탈레이트), MECPP(모노-2-에틸-5-카르복시펜틸프탈레이트), MnBP(모노-n-부틸 프탈레이트)가 각각 35%, 48%, 32%, 44% 높았다.

DEHP의 소변 대사산물인 MEHHP, MEOHP, MECPP 등은 체내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MEOHP는 어린이의 지능 지수와 주의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임산부가 MEOHP에 노출되면 임신성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MECPP와 MEOHP는 각각 유방암 위험과 자궁 내 태아의 성장 지연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연구팀은 냉장고 내 식품이 오랫동안 플라스틱에 노출되면서 프탈레이트가 식품으로 쉽게 이동하고, 이 식품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냉장고 플라스틱 용기와 프탈레이트 노출의 연관성이 여성에게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남성이 여성보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섭취하는 경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봤다. 프탈레이트는 친지질성을 가지고 있는데, 플라스틱 내 프탈레이트는 지방함량이 높은 음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남성의 특성이 성별 차이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조성용 교수는 “프탈레이트에 대한 인체 노출은 경구 섭취, 피부 흡수, 흡입 등으로 다양하게 이뤄지지만, 경구 섭취가 주요 노출 경로”라며 “이번 연구로 미뤄볼 때 냉장고에 음식을 장시간 보관할 때는 플라스틱 용기보다 유리나 사기그릇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Annal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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