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김수지-이재경, 세계선수권 '동'... 싱크로 사상 처음
[박장식 기자]
▲ 김수지(왼쪽)와 이재경이 10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수영선수권 다이빙 혼성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3위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볼 하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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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이빙이 도하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에서 종목 사상 처음으로 싱크로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김수지·이재경 듀오는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도하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3m 스프링보드 혼성 싱크로 결승에서 총점 285.03점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김수지는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가져가며 사상 첫 '멀티 메달'을 따낸 다이빙 선수가 되었고, 이재경은 한국 남성 다이빙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김수지(울산광역시청)와 이재경(인천광역시청)은 훌륭한 호흡을 펼치며 매 시기 안정적인 도약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시기까지 흔들림 없는 연기를 펼친 김수지·이재경 듀오는 동메달까지 품에 안는 데 성공, 서로의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행복하게 마무리하며 파리 올림픽을 희망적으로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흔들리지 않았다... 첫 기록 써냈다
'다이빙 만리장성' 중국이 불참한 가운데 치른 3m 혼성 싱크로 경기. 첫 번째 시기는 '워밍업'이었다. 김수지·이재경 듀오는 뒤돌아 뛴 뒤 양다리를 쭉 편 채 상체를 굽혀 두 팔로 다리를 잡고 입수하는 난도 2.0의 401B 자세로 시작했다. 두 선수는 47.40점을 받으며 공동 2위로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도 난도 2.0의 301B(앞으로 뛰어 양다리를 쭉 편 채 상체를 굽혀 두 팔로 다리를 잡고 입수) 자세로 도약한 선수들. 두 선수는 43.80점을 받아 공동 4위로 내려갔지만, 3차 시기부터 난도가 있는 자세를 도전하기에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했다.
3차 시기 앞으로 서서 뛰어오른 뒤 세 바퀴 반을 도는 107B 동작에 도전한 김수지·이재경 듀오. 두 선수는 3.1 난도의 이 동작을 찰떡같은 호흡으로 수행하며 입수했다. 김수지·이재경 듀오는 66.03점을 받아 단독 4위를 지켜내는 데 성공하며 메달로의 꿈을 현실로 점점 당겨왔다.
4차 시기에서는 뒤돌아 뛰어들어 두 바퀴 반을 도는 205B 동작을 시도한 두 선수. 전날 있었던 3m 스프링보드에서 김수지가 뛰어 60.00점을 받았던 자세이기도 했다. 두 선수는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입수, 64.80점을 받는 데 성공했다. 두 선수의 순위는 3위까지 끌어올려졌다.
메달이냐, 아니냐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5차 시기에서는 앞으로 도약해 두 바퀴 반을 돈 뒤 트위스트해 파이크 동작으로 마지막 바퀴를 도는 난도 3.0의 5152B 동작을 도전한 두 선수. 이재경 선수가 막판 입수에서 아쉬움을 보이나 싶었지만, 63.00점을 받으며 총점 285.03점으로 일단 최종 점수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메달은 김수지·이재경 듀오의 것이었다. 동메달 경쟁에 나섰던 영국의 로스 해슬람·그레이스 레이드 조가 마지막 시기 실수를 범하며 4위로 내려앉은 것. 이어 선수들의 메달 확보가 성공하며 대한민국 다이빙 사상 첫 혼성 싱크로 종목에서의 메달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총점 300.93점을 받은 호주의 매디슨 키니·도모닉 베드굿 듀오가 차지했고, 은메달은 이탈리아의 치아라 펠라카니·마테오 산토로 듀오가 287.49점으로 차지했다. 동메달을 받은 한국과의 점수 차가 불과 2.46점 남짓인 것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두 선수는 시상식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메달을 품에 안았다.
아내의 '행운 목걸이' 메고, 한국 사상 첫 역사 썼다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띄는 악세서리가 있었다. 이재경 선수가 착용한 목걸이였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착용했던 이 목걸이는 다이빙 선수 출신인 이재경 선수의 아내 강유나 씨가 만들어 준 '행운 목걸이'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메달을 선물해 줬던 이재경 선수의 목걸이였다. 당시 이재경 선수는 "목걸이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며 이야기하곤 했다. 이번 한국 사상 첫 남자 다이빙 선수의 세계선수권 메달 기록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목걸이에 담긴 응원의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이재경 선수는 올댓스포츠를 통해 "귀국하면 아내와 딸과 함께 먼저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한국 다이빙 역사의 한 장면이 된 메달은 이재경 선수의 가족에게는 응원의 힘이 만든 설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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