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다작 이유, 지쳐있을 시간 없다" [D:인터뷰]
2014년 그룹 유키스 준으로 데뷔한 후 2017년부터 배우 활동을 병행한 이준영. tvN '부암동 복수자들', 넷플릭스 'D.P', '마스크걸', KBS2 '이미테이션', MBC '일당백집사', 영화 '용감한 시민' 등 출연하는 작품 속에서 선악을 오가며 캐릭터에 지문을 진하게 새겨 넣었다. 특히 'D.P', '마스크걸', '용감한 시민' 등 연달아 악역을 보여줬음에도 불구 각자 다른 색깔을 집약시키며 매번 호평을 받았다.
지난 달 26일 공개된 '황야'에서는 최지완 역을 맡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이준영이 연기한 최지완은 폐허가 된 세상, 무법천지 속에서 아직 어리고 서툴지만, 실력파 사냥꾼 남산(마동석 분)과 함께 생체실험 대상으로 납치된 수나(노정의 분)를 구하러 가는 인물이다. 평소 아포칼립스물에 흥미를 느껴왔던 이준영은 자신이 '황야'의 일원이 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제가 '매드맥스'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어요. 내가 '황야'의 일원이 된다고 하니, 설레더라고요. 처음 세트장 도착했을 때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올해 스물 일곱살이 된 이준영은 다시 자신이 고등학생 역을 맡게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 '양심 없이 맡게 됐다'라면서도, 다시 한 번 학생 역할 제의가 들어온다면 열심히 연기해 보겠다면서 웃어 보였다.
"이제 어린 역할은 못하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에 다시 고등학생 연기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투를 배우려고 학교가 많은 카페에 찾아갔어요.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춰 카페에 가서 음악 듣는척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죠. 또 오락실도 가보고요. 들어보면 학생들이 말끝을 많이 끌더라고요. 그 점을 살려보려고 했어요. 화면에 조금 더 어려 보이게 나왔어야 했는데 그게 조금 아쉬워요. 다음에는 더 노력해 볼게요. 하하."
이준영이 생각한 최지완은 정의감이 넘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이준영은 최지완의 일상부터 액션까지 이 같은 모습을 녹여내고 싶었다. 차세대 액션 배우로, 몸 잘 쓰기로 칭찬이 자자한 이준영이었기에 최지완의 눈높이에 맞춰 조금은 실력을 다운그레이드 해 액션을 디자인 했다.
"처음에는 액션을 완벽하게 숙지한 다음에 덜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저는 활로 때리거나 피하고 이런 것들이 많아서 타격 위주보단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액션과 리액션 부분으로 합을 수정해 나갔고요."
마동석과 안지혜와 함께 수나를 구하러 가는 길, 머리를 절단 내야만 죽는 괴생물체와 싸워나가는 액션은 액션 영화의 쾌감을 만들어냈다. 이준영은 배우마다 서로 달랐던 액션 스타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마동석 선배는 이번에 맨손 타격 액션이 아닌, 칼, 총, 등 여러 가지 도구들을 써가면서 제압해 나갔고, 안지혜 배우는 테크니컬 한 액션이 많았어요. 액션의 색깔이 다 다르고 조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 중 리허설을 진짜 많이 해야 했어요. 돌도 많고 한 눈 팔면 다칠 수 있는 환경이라 순간 집중력을 높였죠."
'황야'는 공개 이후 글로벌 TOP 10 영화 영어· 비영어 부문 통합 1위 등극, 2주 연속 글로벌 TOP 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액션은 훌륭하나, 서사가 느슨하다는 지적으로 혹평을 받았다.
"영화가 공개된 후 할 수 있는 서치 방법을 동원해서 살펴봤어요. 광범위 하지는 않아요. 트위터 정도 찾아보고, 회사 분들에게 피드백을 부탁드렸죠.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 정도 생각했어요. 어떤 작품이나 호불호는 당연히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연기적인 아쉬운 소리를 들어도 잘 채워서 다음 작업 때는 잘 채워야겠다 싶었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이준영은 마동석과 함께 한 모든 나날이 행복했단다. 촬영이 끝난 지금은 마동석에게 복싱을 배우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동석 선배와 같이 작업한 시간들이 너무 좋아 시즌 2를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너무 좋은 형이자, 복싱 선생님이자, 선생님을 얻어서 든든합니다. 마동석 형님은 매 작품을 플레이어로서, 기획자로서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사실 배우가 많은 것들을 현장에서 신경 쓰려면 에너지 소모가 클 텐데 내색 하나 없으시더라고요. 또 굉장히 추진력이 강한 걸 보고 이런 점들을 보고 배워야겠다 생각했어요."
'황야'는 우리나라 대표 무술 감독인 허명행의 입봉작이다. 이준영이 주연을 맡았던 '용감한 시민'에서도 허명행 감독이 무술 지도를 맡았다. 허명행 감독의 입봉에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그가 '황야' 출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친한 무술 감독님이자 형이 감독님이 되니까 부담이 크진 않을까 걱정도 했었어요. 아무래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저희와 다를 테니까요. 그런데 제 걱정이 무색하게 티도 안 내고 배우들을 위한 현장을 만들려고 노력하셨어요. 액션은 원래도 너무 잘하시지만, 현장 컨디션에 따라 변형도 하고 추가도 하는 걸 보면서 멋있더라고요. 원래 허 감독님이 되게 재미있고 위트도 있어요. 감독님 액션을 보면 현실적이고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들이 많은데,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촬영을 마치고 고생했다고 꽉 안아드렸습니다."
'황야'는 107분으로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흘러가면서 인물들의 전사는 생략됐다. 남산 정도가 과거 딸을 잃었다는 정도만 대사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시나리오는 최지완의 전사도 설명돼 있었다고 한다.
"남산과 함께 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남산의 딸이 죽었는데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제가 속해있는 도적단이 남산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중에 딸이 죽게 된 거였어요. 그래서 남산이 복수하기 위해 도적단을 해치워나가다가 어린 저까지는 그렇게 할 수 없어 온정을 베푼 거죠. 그러면서 지완이 남산에게 충성을 다하게 된 설정이었어요. 지완의 전사는 보이지 않았지만 영화의 우선순위가 액션이었고, 그 점이 명확하게 보이기 위해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 '마스크 걸'과 '용감한 시민'이 공개되며 바쁜 나날을 보냈던 이준영은 올해 '황야'를 시작으로 2월 28일 디즈니플러스 '로열로더' 공개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약한영웅 Class 2', '폭싹 속았수다' 등 차기작도 꾸준히 예약돼 있다. '기대되는 20대 배우'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한다. 자신을 불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기에 이준영은 지쳐있을 시간이 없다.
"매 작품 똑같은 마음으로 작업해요. 그 모습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작품을 할 때 스태프들이 지난 작품에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면 정말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되죠. 저를 향한 칭찬이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많이 부족하죠. 제가 더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2월 디즈니 플러스 '로열로더'로도 곧 만나겠네요. '황야'와 함께 이 작품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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