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두 번 쇱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유영숙 2024. 2. 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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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에도 만나고 설날에도 손주를 또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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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다. 설날에는 막히는 길을 따라서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나, 큰집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선물을 준비하고 입고 갈 옷을 챙기며 설렘을 맛보고 싶었다. 가족이 모여 전을 부치고 설날에는 한복을 입고 나란히 서서 세배도 드리고 세뱃돈도 받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런 명절 추억이 없다.

친정아버지 형님이 6.25 때 돌아가시고 위로 누님 두 분만 계셨다. 설날에는 늘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냈기에 다른 곳에 가지 못했다. 결혼했지만 남편이 외동아들이라 우리집에서 차례를 지나다 보니,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던 설날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설날에 막히는 길 뚫고 내려가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나는 이루지 못한 로망이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갑진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유영숙
     
우리 집은 신정을 지낸다. 12월 31일 밤에 교회에서 가족이 모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다. 예배가 끝나면 집에 와서 자고 1월 1일 새해 첫날에 조금 늦게 떡국을 먹는다. 떡국을 먹고 세배하고 세뱃돈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손자에게 세뱃돈을 주고, 아들 며느리는 우리에게 용돈을 준다. 나와 남편에게 따로따로 용돈을 줘 싸울 일이 없다. 

우리 집도 아들 장가 가기 전에는 설날에 쇠었다. 2015년 2월에 작은아들이 먼저 결혼했다. 아들이 결혼하고 신정을 쇠기로 했다. 지금은 큰아들도 결혼해 며느리가 둘이다. 설날에는 며느리보고 친정에 가라고 한다. 신정을 쇠었지만, 며느리가 설날에 친정에 갔다가 우리 집으로 온다. 당연히 아들도 함께 처가에 간다.

큰며느리는 친정이 지방이라 친정에 갔다가 설날이나 다음날에 우리 집에 들른다. 가까이 사는 작은 며느리는 친정도 가까워서 설날에 친정에 갔다가 오후에 집에 온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간다. 올 설날에는 큰아들이 처가에 갔다가 설날 밤에 도착한다고 해서 다 모일 수 있는 설날 다음날 점심에 모이기로 했다. 가족이 다 모이는 것이 의미 있기에 그렇게 약속했다.

이렇게 신정과 설날 두 번 모이지만, 음식을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 신정에는 주메뉴 떡국과 나물 조금, 그리고 고기류와 반찬 가게에 주문한 전 정도다. 예전에는 전을 집에서 부쳤지만, 내가 나이도 먹었고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아파트 상가에 있는 반찬가게에 미리 주문해 놓는다. 이상하게 명절에는 동그랑땡 같은 전을 꼭 먹어야 할 것 같다. 오래된 습관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몇 번 주문해서 먹었는데 우리 입맛에 잘 맞고 맛있어서 명절에는 꼭 주문해서 먹는다. 명절 음식도 전 빼고는 그리 힘들지 않다. 사람이 힘들면 짜증이 나고 즐겁지 않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전을 주문하는 분들이 많다.

설날에 명절 음식 대신 만든 반찬들
 
▲ 설날에 준비한 음식 설날에 차례를지내지 않아서 만들기 쉽고 먹기 좋은 음식으로 준비했다.
ⓒ 유영숙
   
음식은 내가 다 해놔서 며느리가 할 것은 없다. 밥 먹기 전에 함께 상 차리는 정도다. 이번 설날에는 갈비찜과 시금치 무침, 표고버섯볶음을 만들었다.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삼색나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시금치 한 단에 7000원이었다. 비쌌지만 손자들 반찬으로 준비했다. 표고버섯볶음도 자주 해 먹는 음식이라서 이번에도 만들었다.
작은 며느리가 고기를 사 온다고 해서 요즘 자주 먹는 곰피 미역을 사서 살짝 데쳐  놨다. 곰피 미역은 처음에 쌈 다시마인 줄 알았는데 미역이었다. 돌나물도 깨끗하게 씻었다. 곰피 미역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돌나물은 초고추장을 뿌려 고기와 싸 먹으려고 한다. 요즘 자연식품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이 두 가지는 겨우 내내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 매실장아찌 지난 번 매실액과 주문한 매실장아찌가 고기와 먹으면 맛있다.
ⓒ 유영숙
   
여기다 지난번에 매실액과 함께 주문한 매실장아찌가 두 종류 있고, 남편과 연말에 담근 김장 김치도 처음 꺼내서 먹으려고 한다. 갈 때 싸주려고 넉넉히 만들어 놓은 콩자반도 있고, 1월 말에 새로 담근 동치미도 있으니 생각보다 반찬이 많다.
친정에서 전을 먹었을 것 같아서 조금 개운한 김치전을 만들어 보았다. 오징어와 팽이버섯, 당근 채 썬 것, 파와 청양고추 다진 것을 넣어서 김치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작게 만들다가 오징어가 자꾸 떨어져서 조금 크게 만들었다. 김치가 아삭아삭 씹히면서 생각보다 맛있었다. 우리 가족은 음식에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서 만들어 놓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줘 고맙다.
 
▲ 설날에 만든 김치전 묵은 김치에 팽이버섯, 오징어, 당근, 청양고추 등을 넣어 김치전을 만들엇다.
ⓒ 유영숙
부모 입장에선 신정과 설날 두 번이나 자식들과 손자를 보니 좋다. 음식은 주문한 것도 있고 직접 만든 것도 있어 그리 힘들지 않다. 그냥 한두 끼 정도 먹을 것만 하면 돼 많이 만들지도 않는다. 평소에도 며느리와 편하게 전화하며 잘 지내고 있다. 두 번 쇠는 설이 우리는 좋은데 며느리 입장에서는 힘들까 걱정이 좀 된다. 사실 설을 쇠었기 때문에 설날에 안 와도 되지만, 찾아주는 며느리가 고맙다. 덕분에 손자를 봐서 좋다.

작은아들네는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봐 주기에 자주 오는데 큰아들네도 자주 오고 싶어 하지만, 시간 내기 어려워 이렇게 명절에 온다. 요즘 명절에 차례 지내는 대신 가족 여행 가는 분들도 많다. 우리 집도 추석에는 가족 여행을 간다. 지난해 추석에도 가족 모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든지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 먹으며 함께 즐기든지 가족이 만나는 것이 불편한 일이 아닌 행복한 일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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