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퀸 꿈꾸는 '단신' 미들블로커 최정민
1m80㎝는 미들블로커로선 크지 않은 키다. 하지만 '단신 센터' 최정민(22·IBK기업은행)이 생애 첫 블로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10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달린 IBK는 3위 GS칼텍스와 승점 차를 6점으로 좁혔다. 남은 9경기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미들블로커 최정민이 준수한 활약을 했다. 블로킹 4개를 잡아내면서 9득점을 올렸다. 세트당 평균 3점 이상을 기록한 건 올 시즌 두 번째다.
사실 IBK기업은행은 4라운드 들어 주춤했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 거둔 1승이 유일했다. 5라운드 첫 경기 정관장전도 패하면서 연패가 길어졌다. 그러나 도로공사와 페퍼를 상대로 연달아 3-0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정민은 "성적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어했다. 이전 경기부터 이기면서 분위기도 좋아졌다. 편해진 것 같다. (명절에 열린 경기라)이기면 더 기분 좋으니까 더 이기고 싶었다"며 "한 경기, 두 경기 (앞서다)엎어지면서 불안도 컸다. 그 부분을 바꾸는 데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프로 4년차가 된 최정민은 데뷔 초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오갔다. 지난 시즌만 해도 미들블로커로 많이 뛰긴 했지만 고정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는 미들블로커로만 훈련하면서 경기에 투입돼 블로킹 1위(세트당 0.819개)를 질주중이다. 높이는 낮지만 빠른 발과 점프력을 살린 덕분이다. 양효진(현대건설·0.781개)이 바짝 따라붙고 있지만 아직까진 1위를 지키고 있다.
최정민은 "(블로킹 1위)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자꾸 욕심부리다 보면 하던 것도 잘 안 되는 거 같아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고 있다. (직선과 대각선)사이를 막기로 했으면 사이를 막고, 크로스를 잡을 때는 어떤 손 모양을 할지 따르고 있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로 태국 출신 세터 폰푼을 영입했다. 공격수도, 세터도 서로에게 맞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최정민은 "(김)하경 언니가 들어오면 공을 달라고도 하는데 촘푸(폰푼의 별명)랑 하면 자신이 없어 기다리는 편이었다. 연습할 때 했던 게 경기에 안 나와서 답답했다.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오는 거 같고, 편해졌다"고 했다.
최정민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올스타전에 초청됐다. 이번엔 표승주와 함께 '뿌까 머리(양쪽으로 머리를 땋아서 동그랗게 말아올린 스타일)'와 헤어핀이 트레이드 마크인 폰푼의 머리 모양을 따라했다. 최정민은 "재밌었다. 언니들이 승주 언니가 너무 웃기다고 했다. 팬들은 한 번 더 그 머리를 해달라고 하는데 부끄러워서 못 할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이번 시즌 성장한 최정민은 이제 미들블로커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최정민은 "이제는 다른 포지션으로 가긴 힘들 거 같다고 생각한다. 국내 리그에선 내 키로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기량이 늘다 보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화성=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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