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손흥민에게 한국 국적이 불리하게 작용"…아시안컵 실패 생각나는 씁쓸한 칭찬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분명 칭찬이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손흥민에 대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언급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4라운드를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토트넘(승점 47)은 1경기를 더 치른 상태에서 애스턴빌라(승점 46)를 밀어내며 4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승리로 이끌었다. 아시안컵에서 연달아 연장을 치르는 등 600분 이상을 뛰며 혹사당한 손흥민은 나흘도 안 돼 토트넘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후반 16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돼 경기장에 투입되며 4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월드클래스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6분 역습 전개 과정에서 유려한 패스워크를 이끌었고, 히샤를리송에게 공을 건네받아 지체없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반대편으로 공급했다. 이를 오른쪽에서 뛰어들던 브레넌 존슨이 강하게 차 넣어 골망을 흔들며 토트넘은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필요했던 이유다. 이 경기를 포함해 손흥민이 리그에서 결승골을 넣거나 도운 횟수만 6번이다. 당연히 동점골이나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경우는 더욱 많다. 손흥민은 올 시즌에만 리그 12골 6도움으로 18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모하메드 살라(22 공격포인트), 엘링 홀란, 올리 왓킨스(이상 21 공격포인트)에 이어 리그 4위를 기록하며 토트넘을 4위 경쟁으로 이끌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기 후 손흥민을 격찬했다. "손흥민이 그 순간에 보낸 공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월드클래스 선수의 월드클래스 크로스였다. 그게 손흥민이 보여줄 수 있는 자질"이라며 결승골 장면에서 손흥민이었기 때문에 존슨에게 그렇게 정확한 패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한 "우리는 그동안 손흥민의 부재를 제법 잘 메웠다. 히샤를리송은 분명 위협적인 득점 기회를 만드는 점에서 발전했고, 몇몇 선수들도 그랬다. 그러나 월드클래스 선수와 함께하는 건 우리에게 대단한 일"이라며 손흥민이 대체 불가 자원에 가까움을 설명했다.
이날만 여러 차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임을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국적이 손흥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지 싶은데, 내 생각에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다. 세계에서 가장 힘든 리그로 유명한 PL에서 세운 기록들과 골 기여도 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손흥민은 올해 팀을 떠나있었지만 이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였다. 분명 정상에 위치한 월드클래스 선수"라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그 중에서도 "국적이 손흥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 발언은 단어 그대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은 유럽 현지에서 오랜 기간 선수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국제대회 등에서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당연히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보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한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시아 선수가 마케팅이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아시안컵 성적을 생각했을 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 대회는 손흥민이 전성기 기량으로 치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컵으로 여겨졌다.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조력자들도 어느 때보다 훌륭했다. 그러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무능 속에 손흥민이 여러모로 갈려나가는 경기가 계속됐고, 결국 요르단 돌풍에 무너지며 4강에서 아시안컵 여정을 마쳤다. 손흥민이 주축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손흥민에게 한국 국적은 PL 득점왕을 차지하기 전까지 대부분 경우 실력이 평가절하되는 요소가 됐다. 이번 포스테코글루 감독 발언도 이러한 차원에서 나왔다고 보는 게 적절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실패를 떠오르게 만들었고, 그래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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