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 아픈 곳 찾기가 더 힘들어요"…세계선수권 '동2 쾌거' 김수지의 고백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안 아픈 곳 찾는 게 더 힘들어요."
한국 다이빙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김수지(26·울산광역시청)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부상 부위가 너무 넓어 좀 쉬고 싶다"고 했다. 경기할 땐 밝은 표정과 경쾌한 몸짓으로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지만 이면엔 부상과의 싸움이 항상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김수지, 이재경(25·인천광역시청)은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다이빙 혼성 3m 싱크로 결승에서 한 조를 이뤄 285.03점을 기록, 매디슨 키니-도모니크 베드굿(호주·300.93점), 치아라 펠라카니-마테오 산토로(이탈리아·287.49점)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다이빙에서 둘이 한 조를 이뤄 연기하는 싱크로 종목 메달을 따내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값진 동메달이 됐다.
아울러 김수지는 현지시간으로 하루 전 열린 여자 3m 스프링보드에서 역시 동메달을 목에 건 것에 이어 이번 대회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지난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따 한국 다이빙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된 김수지는 이번 대회 동메달 2개 추가로 인해 '마린보이' 박태환(금 2 동1)과 함께 한국 수영 선수로는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많은 메달 3개를 손에 쥔 선수가 됐다.
이렇게 김수지가 한국 다이빙 역사를 계속 새로 쓰거나 갈아치우고 있지만 그는 부상으로 인한 속앓이도 공개했다.
그는 11일 혼성 3m 싱크로 시상식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엑스포츠뉴스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아직 내가 생각하기엔 실력이 너무 많이 모자르다고 느낀다. 메달도 운이 많이 따라온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자신의 실력에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이후 도쿄 올림픽 계획 등을 묻자 "부상 없는 곳을 찾으라고 하는 게 더 힘들 만큼 부상 부위가 굉장히 넓어졌다"며 쉬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김수지는 이번 대회 두 달 앞둔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져 주변에서 크게 걱정했다. 전날 3m 스프링보드 동메달 획득 직후엔 "일상 생활에 조금 불편한 게 있지만 매일 하던 운동이라서 그런지 운동할 때는 안 아프다. 괜찮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이날 만큼은 부상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2 동1를 따내며 한국 남자 다이빙의 에이스급 선수로 올라선 이재경은 이번 동메달로 인해 남자 다이빙 최초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오는 7월엔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남자 3m 스프링보드)에도 오른다.
이재경은 "기회가 된다면 내년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에서도 성적을 올리거나 유지하고 싶다"며 김수지와 한 번 더 손발을 맞춰 혼성 종목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지금은 이재경이 인천시청에서 뛰고 있지만 둘은 어릴 때부터 울산에서 함께 다이빙 선수의 꿈을 키우면서 서로를 잘 안다. 둘은 그런 점도 마치 한 명이 연기하는듯한 싱크로 종목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수지, 이재경과의 일문일답.
-작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4위를 했기 때문에 이번 동메달이 남다를 것 같다.
(이재경)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아쉽게 4위를 해서 이번엔 한 단계만 더 올리자는 마인드로 연습에 임했던 것 같다. 그 한 단계를 올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김수지) 4위라는 성적도 충분히 만족했던 시합이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3위를 하게 됐다. 진짜 행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5차 시기까지 큰 실수 없이 경쟁자들을 계속 떨어트렸다. 원동력이 있다면.
(이재경) 원동력이라고 하면 내게 원동력은 딸이나 아내(다이빙 선수 출신 강유나 씨)가 제일 크다. 또 주위에서 항상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 장모님, 장인어른 등 항상 그 분들 덕에 운동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다.
(김수지) 나도 응원 와주신 부모님 덕이 조금 많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이)재경이가 싱크로를 같이 하면서 옆에서 말도 많이 걸어주고 그러니까 조금 더 즐겁게 뛴 것 같다.
-그런데 5차 시기에서 약간 실수가 나오면서 메달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영국 선수들이 큰 실수하면서 메달이 확정됐는데 심경이 어땠나.
(이재경) 마지막 라운드 때 수지 누나나 나나 잘하고 있다가 내가 마지막 동작에서 아주 큰 실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원래 하는 데에서는 실수가 나왔다. 그런데 옆에 수지 누나가 워낙 잘해주기도 했고, 이제 (따라)잡히겠구나란 생각을 하다가 (영국에서)큰 실수가 나왔다. '쟤들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들기는 했다. 메달은 땄다.
(김수지) (은메달 딴) 이탈리아 애들이랑 같이 얘기를 하면서 있다가 영국 선수들이 떨어지고 나서는 좀 기대를 했다. 점수가 그렇게 나오고 나서 너무 기쁘기는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불편하더라. 선수들이 연습해 온 만큼 다 좋은 성적을 내서 다 같이 기분 좋게 땄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재경 선수는 첫 메달이고, 김수지 선수는 한국 선수론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 타이를 기록하면서 혼성 첫 메달인데 어떤가.
(이재경)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다보니까, 물론 정식 종목이든 (올림픽 종목이 아닌)이벤트 경기든 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지만 이제 개인 시합이나 싱크로 (올림픽 종목)에서 메달 딸 수만 있다면 그 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기쁠 것 같다.
(김수지) 이번 도하세계선수권에서 꽤 좋은 성적을 얻고 가는 것 같은데, 아직 내가 생각하기엔 실력이 너무 많이 모자르다고 느낀다. 메달도 운이 많이 따라온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운도 실력이고는 하지만 여기서 해이해지지 않고 계속 꾸준히 또 열심히 해서 올림픽까지 준비 잘 해 보도록 하겠다.
-설날이어서 주변에서 메달따기를 더 원했을 것 같은데.
(이재경) 설날인 거를 잊고 있었는데 이제 선물로 메달 하나 갖고 갈 수 있어서 너무 기쁜 것 같다.
(김수지) 나도 마찬가지로 가족, 친척 다 보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울산에서 함께 오랜 기간 다이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나 같이 했는지, 싱크로를 같이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지 궁금하다.
(이재경) 확실히 싱크로 파트너도 잘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잘 하면 물론 좋겠지만, 오랜 기간 같이 훈련한 것에서도 장점이 있다. 유대감도 그렇고, 오랜 기간 맞춰보지 않아도 같이 훈련했던 동료였다면 싱크로를 잘 하게 되는 것에 도움이 된다.
(김수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싱크로 종목은 각자의 기량보다는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자라왔으니까 더 잘 맞출 수 있지 않나 싶다.
-각자 종목들이 있다보니 혼성 싱크로를 위해 훈련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을 것 같다.
(이재경) 평상시엔 많이 맞춰보진 못한다. 이번 대회 앞두고도 많이 맞춰보진 않았다. 다들 올림픽 티켓 획득을 1순위로 두고 있고, 이런 이벤트 경기는 2순위다.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낸 시간들이 많고 하다보니 싱크로를 할 때도 부담 없이 잘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수지) 난 내 종목을 하는 거고, (남자 선수인)재경이가 내게 맞춰주는 거여서 난 내 기량대로 최선을 다했다. 손발은 두 번밖에 안맞춰봤는데 그거에 비해선 결과가 너무 잘 나와서 좋다.
-이재경 선수가 힘이 있으니까 김수지 선수의 속도 등을 맞춰줘야 하는데 비결이 있다면.
(이재경) 다른 선수 싱크로 맞춰주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제일 어려운 사람이 우하람 선수인데 워낙 힘이 좋고 높이도 있다보니까 그렇다. 그런데 그러다가 다른 선수들과 같이 할 땐 박자나 동작, 느낌 등을 많이 따라할 수 있어 싱크로할 땐 도움이 크다.
-내년에도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이 열리는데 함께 출전할 것인가. 목표가 있다면.
(이재경) 그렇게 된다면 한 단계 더 올라가거나 지금 성적 유지를 하고 싶다.
(김수지) 난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항상 즐기겠다.
-나린히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텐데 계획은 어떤가.
(김수지) 지금 부상이, 없는 곳을 찾으라고 하는 게 더 힘들 만큼 부상 부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그래서 일단 휴식이 중요한 것 같다. 이후 다시 차근차근 쌓아올려서, 좀 단단히 쌓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재경) 다른 선수들에 비해선 아프고 하는 부위는 없지만 그래도 항상 열심히 몸 안 아프게 훈련하면서 더 높게 올라갈 준비를 할 것이다.
사진=하마드 아쿠아틱 센터, 권동환 기자,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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