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 않는 승부사 이동학 “‘기후정치’로 새 변화 이끌 것”
“이동학이 가면 험지 아닌 격전지 될 것”
“청년 가두는 청년정치 대신 전 세대 공감 정치 필요”
“분명한 시대 정신, 뚜렷한 과제 의식 가진 게 강점”
“청년 정치는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험지로 불리는 인천 중구·강화·옹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청년 정치인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뼈가 있는 말이다. 21년간 민주당을 지킨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인 그가 청년 정치의 종말을 선언하는 말에 의문이 들지만, 변질된 청년 정치에 일침을 가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지난 8일 서울 김포공항 인근 카페에서 쿠키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이 전 최고위원은 스스로 이번 총선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민주당의 새로운 정치를 얘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 세대교체가 절실한 가운데 시대의 요구가 담긴 아젠다를 제시가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본인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험지로 분류되는 인천 중구·강화·옹진 지역구 출마를 결정한 것은 청년이라는 이유로 어디 편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직접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겠단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실제 인천 중가·강화·옹진 지역은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총선 출마 선언과 함께 들고나온 아젠다는 기후 정치와 지속 가능성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3년간 세계 61개국을 돌면서 직접 기후위기·저출산·초고령화·도시소멸 등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탐구하고, 이를 정리해 2020년 책으로 출간했다. 해당 도서로 베스트 셀러 작가에 등극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정치권에서 기후 문제 얘기를 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위기는 아니지만 언젠간 직면할 재난이라는 점에서 정치가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출마의 변을 말하자면
▷기후 정치, 지속 가능 두 키워드를 관통하는 정치를 펼치고자 한다.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명한 절박함이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미루면 그 파고를 국민 전체가 맞을 수밖에 없다. 그때 돼서 정치의 무능을 탓해야 아무 소용 없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노인 인구는 점차 늘어나지만 출생 인구는 현저히 적다. 결국 재정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향후 세대 갈등, 빈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국회에서 피하지 말고 제대로 다뤄야 한다.
-꼭 원내 진입해서 해야 하나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도구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앞서 설명한 시대의 과제들은 에너지·산업·노동 등의 문제와 다 연결돼 있다. 복합적인 역할이 필요하기에 정치의 장에서 정치와 정책을 통해 풀어내는 게 효과적이다. 20년 넘게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해온 이력을 살려 국회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
-21년 동안 민주당에서 활약해 왔다. 지난 총선 때는 출마했었나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는 출마 안 했다. 2017년 세계여행을 떠나 돌아온 게 2019년 12월이었다. 선거 준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또 3년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하는 시간, 숙성의 시간이 필요했다. 선보일 비전을 준비하지도 못한 채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돌아오자마자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일명 ‘쓰레기 책’이라고 하는 환경 관련된 도서를 냈고, 공감하는 다수 국민의 호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떠나는 도시, 모이는 도시’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전 세계 사례를 담은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향후 미래에 마주하게 될 갈등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강점이 있다면
▷분명한 시대 정신, 뚜렷한 과제 의식을 가진 점을 꼽고 싶다.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자 하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된다고 한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부끄러움 없는 정치인의 길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한국 사회 겹겹이 안고 있는 그러한 문제를 탐구하고 해법을 연구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잘 봐주길 바란다. 또 젊은 세대답게 새로운 시대의 빠른 변화를 기성세대보다는 더 기민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 청년 정치인들은 이런 변화를 빠르게 알고 민주당의 의제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빠른 포착 능력뿐 아니라 뚜렷한 문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다만 정치 교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노장청(노인·장년·청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복합 위기의 시대의 문제를 꿰뚫어 보고 민주당의 힘을 통해 해결해보고 싶은 정치를 꿈꾼다.
-험지로 평가된 인천 중구·강화·옹진 지역구 출마 이유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방향성에 철퇴를 내려야 하는 선거다. 다만 민주당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어쨌든 당의 확장을 위해서는 상대 지역을 뺏어오는 게 필요하다. 이동학이 가면 험지가 아닌 격전지로 바뀐다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 또 혁신 공천의 사례가 되고도 싶다.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닌 기후 정치라는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민주당의 새로운 미래,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역을 잘 알아야 민심의 선택을 받을 텐데
▷세계여행 이후 영종도에 살면서 통장을 했다. 지역 주민들과도 소통을 많이 했고 덕분에 지역이 원하는 여론을 여러모로 확인했다. 고등학교에서 운영위원도 해봤고, 교육감 산하 시민소통위원회에서도 활동해 학부모와 교육 문제에 대해 이해를 높였다. 또 제가 관심을 갖는 쓰레기 이슈가 있다. 영종도뿐 아니라 강화도, 연평도, 백령도 등 많은 섬에서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어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제 전문 분야인 만큼 분명 역할을 할 것이다.
-파악한 지역 현안은
▷일단 영종도는 끊임없는 인구 유입으로 교육 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 현재 12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교실 부족 문제가 있다. 또 의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 이제 출장소가 나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체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종합병원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또 섬들이 또 많다 보니까 안정적인 배 운영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한 번 배가 안 뜨면 또 한 4~5일 안 뜨기도 하고 막 그래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안정적으로 배가 운행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으로 지금의 청년정치를 진단하자면
▷냉정하게 청년 정치가 이젠 끝났다고 본다. 청년 정치의 함의는 청년이 청년을 대변하는 의미가 강했다. 그런데 기성세대 중심으로 정치 구조가 짜여 있는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긴 어려웠다. 현실적으로 청년이 청년을 대변한다는 게 스스로 운동장에 가두는 결과를 냈다. 이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아젠다가 필요하다. 제가 청년 화두가 아닌 기후 문제, 노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도 이 이유다.
-과거와 달리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던데
▷청년들이 들어오고 싶은 매력적인 정당이 될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그런 지점이 필요하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청년들과 관련된 논쟁이나 의견이 약간 거세당하는 느낌이 있다. 그 벽을 뚫고 살아남으면 큰 정치인이 되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와 당내 모두에서 분위기가 여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 같다. 어떤 단일한 목소리, 통합된 목소리를 강하게 요구하다 보면 경직성이 생기고, 그러면 젊은 정치인들이 성장할 만한 토양 자체가 굉장히 협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기성 정당에 문제가 있고 변화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제동을 거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단독으로 국민의힘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뿐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이들이 힘을 합쳐 심판해야 한다. 지금 경제정책부터 외교, 김건희 여사 리스트 등 너무 많은 지점에서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
-이재명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결단은 어떻게 평가하나
▷괜찮은 리더십으로 평가한다. 이 대표가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총 3번 사과했다. 입법 미비에 한 번, 위성정당 방지법을 못 만든 것에 또 한번, 마지막으로 비례 통합 정당을 만들 게 된 것에 사과했다. 아마 사과가 없었으면 반쪽짜리가 됐을 건데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할 보폭을 마련했다고 본다. 민주당 혼자 단독으로 비례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통합형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다행이고, 앞으로 연대의 실험을 민주당이 끊임없이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수파가 됐으면 좋겠다. 다수파가 돼야 선거에 이길 수 있는 거고 대통령 선거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이동학에게 정치란
▷세상을 바꾸는 도구 중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생각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내 시간 투자, 많은 돈을 벌어 기부, 제도를 바꾸는 방법 등 세 가지였다.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치와 행정인데 그 효과가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내가 1000만원을 벌면 1000명의 아이들에게 1만원씩 줄 수 있지만 제도를 바꾸면 5000만명에게도 1만원씩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효과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정치가 굉장히 효과적인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20년째 하고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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