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나의 중국 폐기→中, 대만봉쇄" 이런 시나리오 떠돈다

신경진 2024. 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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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샤먼시 해안가에 세워진 “일국양제(한 나라 두 제도) 통일중국” 대형 입간판 앞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 “나는 바이든과 다르다. 지금까지 미국의 기본 방침이었던 ‘하나의 중국’ 정책과 ‘전략적 모호성’의 재검토에 착수한다.” "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과 대중 정책의 전환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한다. 일본의 시사 월간지 『뷴게이슌주(文藝春秋)』 2월호에 실린 가상 시나리오의 일부다. 매체는 오는 11월 5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는 가정에 따라 향후 진행될 미중 관계, 양안 관계를 예상한 가상 시나리오를 게재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폐기한다고 선언하고, 중국은 거세게 반발한다. 닷새후 25일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국가통일법’을 제정한다.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불가분의 영토”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법제화한다. 중국의 관할권을 대만의 영해와 영공으로 확대한다.

다음달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와 남부전구는 대만 주변 해역에서 ‘특별중요군사훈련’을 예고한다. 푸젠성 해사국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외국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임검(조사)을 예고하고 대형 감시 선박을 투입한다. 중국 상무부 역시 국가통일법을 근거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에 의한 ‘조국통일’을 지지한다는 서약서의 서명을 요구한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전폭기 편대와 순양함을 대만해협에 파견하지만, 충돌의 빌미를 찾지는 못한다.

3월이 되자 중국군은 예고한 대로 대만 ‘봉쇄’ 훈련을 시작한다. 항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 ‘둥펑26’ 미사일 수십 발을 대만 주변에 발사하고 기뢰를 매설한다. 푸젠성 해사국은 예고대로 대만으로 향하던 외국 선적 유조선을 해상에서 조사한 뒤 ‘국가통일법’ 위반을 이유로 푸저우에 강제 기항시킨다. 대만 정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을 넘기면 에너지와 식량 고갈이 예상된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한다.

대만의 총통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월 12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에 세워진 조형물에서 중국 관광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美, ‘하나의 중국’ 먼저 부정


이상은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근소한 차이로 꺾을 경우를 가정한 2025년 대만해협 봉쇄 시나리오다.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이 42.7%를 차지하는 한국 역시 주목할만한 내용이다.

필자인 미네무라 겐지(峯村健司)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과거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암살 당하기 전에 김정남을 인터뷰했던 전 아사히신문 베이징·워싱턴 특파원이다. 미네무라 연구원은 류밍푸(劉明福) 중국 국방대 교수(대령)의 2020년 저서 『신시대 중국 강군몽』을 봉쇄 시나리오의 근거로 제시한다. 민감하다는 이유로 중국 출판본에서 삭제된 “대만 독립 반대에서 조국의 완전통일로”라는 장을 일본어 번역본에서 독점 공개됐다.

류밍푸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군사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그의 대만 통일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다. 전작 『중국의 꿈(2010)』의 기본 개념은 2012년 출범한 시진핑 정권의 핵심 모토로 채택됐을 정도다. 류 교수는 1861년 미국에서 일어난 남북전쟁이 통일전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만 통일 전쟁이 미국의 남북전쟁을 모델로 삼으면서도, 내전 모델을 뛰어넘을 것을 주문한다.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지능전’이자 ‘문명전’, 사상자 제로(0)의 ‘중국 특색의 신형 전쟁’을 내세운다.

지난 1월 31일 대만 해군 장병들이 소형 보트를 타고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習 브레인 “상륙작전 모델 초월”


그는 “세계 전쟁사에서 상륙작전은 많은 대가를 수반했다”며 “‘중국통일전쟁’은 상륙모델과 결별하는 신형작전으로,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전쟁이 아닌 ‘능숙하게 싸움으로써 적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지혜로 싸워 적의 마음을 부수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원 사상이 없고, 재산의 파괴가 없으며, 사회의 손해가 없는 대승리가 목표”라고도 주장했다. 다만 류 교수의 저서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미네무라 연구원은 류밍푸의 ‘신형 통일 전쟁’을 봉쇄 시나리오로 해석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일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 민항국은 대만해협에서 충돌 방지 역할을 했던 중간선 부근의 항로 M503 운항을 시작했다. 중간선을 무력화시켜 대만 봉쇄에 한발 나아간 조치로 풀이된다. 대만의 한 소식통은 “류밍푸는 정세나 시기가 유리하다면 언제라도 중국이 무력행사의 타이밍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미국의 대선 결과를 전제로 한 미네무라의 봉쇄 시나리오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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