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도 따먹어줘" (여자)아이들 소연은 왜 도발적 가사 썼나
“‘슈퍼레이디’ 뮤직비디오에 11억을 썼어.”
지난 3일 방영된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한 소연이 지난달 29일 발매한 정규 2집 ‘2’ 타이틀곡 ‘슈퍼레이디’의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밝히자, (여자)아이들 멤버들이 깜짝 놀랐다. 2022년 3월 나온 정규 1집의 타이틀곡 ‘톰보이’의 제작비인 2억5000만원에 비해 4배 이상이 들어간 규모다.
소연은 리더 겸 프로듀서로서 과감한 투자를 해야만 했던 이유로 자존감 높은 여성상을 그린 노래 ‘슈퍼레이디’에 어울리는 큰 스케일의 영상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톰보이’·‘누드’·‘퀸카’를 연달아 흥행시킨 후 컴백인데다, 1년 10개월만의 정규앨범이기에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다.
투자를 아끼지 않은 소연의 전략은 통했다. 앨범은 일주일 만에 153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 순위 5위에 랭크했다. 초동 판매량은 팬덤 화력을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다.
‘퀸카’를 타이틀로 내세운 전작 ‘아이 필’이 2023년 총 106만장 가량 팔렸는데, 정규 2집은 일주일도 안 되어 이 기록을 깨고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슈퍼레이디’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인기 동영상 1위에 올랐고, 7일만에 4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보였다.
씹고 뜯고 맛볼 수록 재밌는 앨범
정규 2집 ‘2’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신감이다. 이번에도 소연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여자)아이들이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정체성을 강조했다. 총 8곡이 담긴 앨범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까지 수록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컴백 티저엔 ‘오 마이 갓’, ‘라이온’, ‘누드’, ‘퀸카’ 등의 안무를 떠올리게 하는 동작으로 히트곡을 나열하고, 비로소 진정한 ‘슈퍼레이디’가 됐다는 걸 암시했다.
노래 ‘슈퍼레이디’는 (여자)아이들표 자존감의 결정체다. 도입부에서 소연은 돌고래 고음으로 “I am the top, super lady”(난 최고야, 슈퍼레이디라 부르지)라는 가사를 부르며 기선을 제압한다. 뮤직비디오엔 전 세계적으로 팬을 거느린 (여자)아이들 모습을 담았다. 이를 위해 보조출연자가 500명, 댄서 100명이 동원됐다.
‘누드’에서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했다면, ‘슈퍼레이디’에선 비욘세의 기운이 느껴진다. 비욘세의 ‘러브 온 탑’ 뮤직비디오의 제복 모자, 비욘세가 ‘싱글레이디’에서 착용한 몸에 붙는 수영복과 같은 의상,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오른 비욘세의 이미지 등을 연상하게 한다. 안무는 저스틴 비버, 리한나, 시에라 등의 댄서로 참여하고 2020년 제니퍼 로페즈의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함께 올랐던 안무가 커스틴과 협업했다.
소연에 따르면 타이틀로 염두하고 쓴 노래는 따로 있다. 애니메이션 OST 느낌이 묻어나는 수록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를 만들고 있다가, 콘서트 도입부에 내지를 수 있는 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슈퍼레이디’로 방향을 바꿨단다. 수록곡 중 민니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세븐데이즈’는 소연이 “콘서트에서 마지막 곡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은 순간을 따뜻한 멜로디에 녹여낸 곡이다.
상대의 고통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는 가사를 담은 ‘리벤지’는 팬들이 자체 뮤직비디오를 만들 정도로 인기인 숨은 명곡이다. 역시 소연이 단독 작사하고 작곡과 편곡에 참여해 곡의 극적인 무드를 이끌었다. 기타 리프와 신스 사운드는 복수의 노랫말을 더욱 극적으로 들리게 한다.
선정적인 ‘와이프’? 난 아닌데
앨범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와이프’는 컴백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돼 파장을 불렀다. “그래 그럴 줄 알고 케이크 좀 구웠어/ 그게 다가 아냐 위에 체리도 따먹어줘” “아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놔/ 섬세한 입술에 손길은 안 닿아”라는 도발적인 가사 때문에 19세 미만 청취불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측근에 따르면 작사가인 소연이 논란에 휘말릴 것을 예상 못한 건 아니다. ‘톰보이’에선 욕설을 가사에 넣었고, ‘누드’에선 관능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야한 작품 기대하셨다면 죄송”이라는 노랫말로 대중에 시원한 반전을 선사한 경험이 있다. ‘와이프’는 ‘톰보이’에서 한층 더 나아간 과감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누드’에서 표현한 관능 이상의 뇌쇄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소연이 써온 ‘도발 후 부정’의 문법을 정확히 따른다. ‘와이프’의 핵심 가사는 “But I don’t wanna”(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이며, 곡 설명에는 “But I’m not”(난 아닌데)을 적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멤버들이 핵심 가사 부분만 립싱크를 한다.
이러한 도전적인 가사를 쓰는 이유에 대해 소연은 “심의 때문에 가사를 붙일 때 제가 정말 쓰고 싶은 정확한 표현을 못 쓰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그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고 어울리기 때문에 사용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하고 싶은 말들을 가사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라고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좋은 멜로디, 좋은 가사는 운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에서 주는 거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밖에 없다. 그래서 늘 치열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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