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나체축제에 여자들도 온다…1250년만의 참석, 왜 [세계 한잔]
■
「 [세계 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일본에서 남성만 참여했던 한 알몸축제에 12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금녀의 벽'을 허문 축제는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에서 열리는 고노미야 알몸축제(裸祭り)다. 공식 명칭이 '나오이 신지'인 축제는 매년 음력 정월 13일에 열린다.
축제에는 남성 수천 명이 하의 속옷과 흰 버선만을 착용한 채 모인다. 축제의 절정은 '신의 남자(神男)'로 불리는 나체의 남성이 등장할 때다. 그를 만지면 한 해의 액운이 물러간다는 속설이 있어, 서로 신의 남자를 만지려고 뒤엉키는 모습이 연출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노미야 알몸 축제에 올해부터 여성들이 참가하기로 하면서, 오는 22일 행사에는 여성 40명이 참여하게 됐다. 단,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옷을 입은 채 참여한다.
이나자와 여성들은 이번 결정을 반겼다. 현지 주민이면서 축제에 참여하게 된 스즈키 아야카는 요미우리에 "어렸을 때부터 마을의 가장 중요한 축제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축제에서 소원을 빌게 되는데, 가족의 안전은 물론, 노토반도 지진의 피해자가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겠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주민 1만명과 관객 1만명이 축제를 즐길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열린 일본 시가현 모리야마시의 가쓰베 불 축제에는 8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참가가 허용됐다.
이처럼 일본의 지역 축제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 이유는 청년들이 떠난 농촌에 노인들만 남게 됐기 때문이다. SCMP는 "축제가 많은 농촌 입장에서는 여성을 배제하고선 축제 명맥을 잇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야마나시가쿠인 대학 강사인 가와카미 스미에는 SCMP에 "너무 늦었지만, 일본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그는 "일본 여성이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금녀 전통…여간호사도 도효 못 밟아
SCMP는 "이번 결정은 양성평등을 위한 진전으로 환영할 만한 하다"면서도 "전통 스포츠인 스모를 비롯해 일본에는 여전히 금녀의 영역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스모 대회장에 있는 도효(土俵·모래판)를 밟는 것조차 금지된다.
2018년 일본 교토의 한 스모 행사장에선 인사말을 하던 지자체장이 지주막하 출혈로 쓰러지자, 여성 간호사가 뛰어 올라가 응급조치를 했는데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여성은 씨름판에 못 올라간다'는 전통을 고집했다는 점이 국내외에 충격을 줬다. 다만, 일본에선 2019년 스모 전국 대회를 앞두고 초등학생부 여자아이들의 출전을 허용하는 등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일본엔 여성의 진출이 암묵적으로 제한된 영역이 아직도 존재한다. 일례로 일본은 스시 본고장이나, 여성 장인은 드문 편이다. 일본 미쉐린 3스타에 오른 스시 식당 426곳 가운데 단 한 곳만 여성 스시 요리사가 있을 정도다. 외신들은 스시업계가 여성들을 배제해온 전통 탓에 일본 스시 학교에서 여학생 비율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 완전 알몸 축제 대신 속옷 착용…"인터넷에 내 사진 돌더라"
「 일본에서 열리는 일부 알몸 축제는 올해부터 남성들도 속옷이나 수영복을 착용한 채 참가하게 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참가자의 알몸 사진이 버젓이 SNS에 올라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에현 오와세에는 300년 이상된 '야야 축제'가 있다. 매년 2월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현지 남성들이 해가 진 뒤에 알몸으로 바다·강에 들어가 몸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을 치른다. 의식을 통해 풍년과 풍어를 기약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전부터 참가자들의 벌거벗은 사진이 SNS 등에 무단으로 올라가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 현지 경찰 당국도 "알몸 사진이 인터넷에 확산되면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신문에 "수영복이나 속옷을 입는 형태로 바뀔지라도 축제 자체는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만원 호텔 뷔페는 바가지? 이렇게 담으면 호텔이 당한다 | 중앙일보
- '이혼' 서유리에 입 연 최병길 "난 사채까지 썼는데 피해자 행세" | 중앙일보
- 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중앙일보
- "퇴사하고 정신과 다닌다"…'개통령' 강형욱 두 얼굴 폭로 논란 | 중앙일보
- 뒤늦게 음주운전 시인 김호중, 팬카페에 "조사받고 돌아오겠다" | 중앙일보
- 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 실종…"신호 포착" 눈보라 속 수색 | 중앙일보
- [속보] 김호중, 결국 음주운전 시인 "크게 후회하고 반성 중" | 중앙일보
- “직구 금지? 흥선대원군이냐”…소비자 마음 몰라 역풍 맞았다 | 중앙일보
- 민희진 "하이브에서 '은따'였다…두나무 인수, 부대표와 사적 대화" | 중앙일보
- 고현정 "둘이지만 혼자였던 시간"...일본 도쿄 신혼생활 회상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