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억 집은 5만원, 12억 집은 1만원 인하…달라진 건보료
부과체계 엉성해 재산종류·가액별 편차 심해
이달부터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2만5000원가량 줄어든다.
최근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주요 내용은 건보 지역가입자 재산 보험료의 기본 공제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게 이번 달에 시행되면서 재산 보험료를 납부하는 지역가입자 353만 세대 중 330만 세대의 재산 보험료가 월평균 9만 2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내렸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는 폐지됐다. 35년 만이다. 차 건보료를 내던 9만6000세대의 부담이 월평균 2만 9000원 사라졌다.
이번에 개정된 보험료는 2월분부터 적용된다. 고지서는 대개 25일 전후 도착하며 내달 10일까지 납부하면 된다.
낮은 금액대 재산이 훨씬 유리
재산 건보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가의 집을 보유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산 건보료 부과체계가 토지·건물, 가격이 비교적 높은 집에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게 돼 있다.
재산 건보료는 공시가격에다 공정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액을 구한 뒤 이를 기준으로 매긴다. 2023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매매가의 69%이다. 공시가 현실화율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다. 1가구 1주택일 경우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43%, 3억 초과~6억 이하는 44%, 6억 초과는 45%이다. 2주택 이상은 60%, 토지·건물은 70%이다.
가령 5억원 짜리 1주택이라면 1억518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5억x 69%x 44%). 10억원 짜리 1주택이라면 3억105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10억x 69%x 45%).
같은 10억원 짜리라도 2주택이라면 4억1400만원이, 토지·건물이면 4억8300만원이 된다.
요약하면 같은 시세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차이 때문에 2주택이나 토지·건물의 과세표준이 더 높다.
재산 건보료는 과세표준에서 부동산의 종류와 관계없이 1억원을 기본 공제한다. 이렇게 나온 금액에 맞춰 재산등급별 점수표를 찾아야 한다. 이 점수에다 점수당 금액(208.4원)을 곱한 게 재산 건보료이다. 재산등급별 점수표는 60개 등급으로 돼 있다. 금액이 낮은 구간이 촘촘하고, 금액이 높으면 성기다. 금액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팍팍 뛴다.
이상을 종합하면 기본공제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도 비교적 비싼 주택, 토지·건물의 건보료 변동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경기도 시흥에 사는 50대 사업가는 3억8978만원 짜리 주택을 갖고 있고, 1월까지 7만1689원의 재산 건보료를 냈다. 3억8978억원 주택에 공시가격현실화율(69%)와 공정가액비율(43%)을 적용한 뒤 5000만원의 기본 공제를 하면 7만1689원의 재산 건보료가 나온다.
이달부터 1억원을 공제하면 재산 건보료가 2만214억원으로 줄어든다. 재산등급별 점수표의 등급이 14등급에서 4등급으로 10단계 뚝 떨어져서 재산 건보료가 5만원 넘게 줄었다.
반면 서울에 사는 40대 여성은 11억9130억원의 주택에 산다. 현실화율(69%)·공정가액비율(45%)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이 3억6990만원이 된다. 5000만원 기본공제 후의 재산점수 등급이 29등급이다. 재산 건보료는 14만 7130원이다.
이번 달 1억원의 기본 공제를 적용하면 재산점수 등급이 27등급으로 낮아지고 재산 건보료는 13만7335원이다. 1만원도 줄어들지 않는다. 재산점수 등급이 두 단계밖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40대 사업가는 혜택이 더 적다. 본인 명의의 토지·건물(4억4203만원)와 배우자 명의 주택(3억8989만원)이 있고, 1월까지 월 13만7335원의 재산 건보료를 냈다. 이번 달에는 13만2750원으로 5000원도 줄지 않았다. 재산점수 등급이 한 단계밖에 내려가지 않은 탓이다. 토지에다 비교적 높은 가격대의 주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 건보료 한국·일본에만 있다
재산 건보료를 매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많이 매긴다. 지난해까지 한 해 4조원을 부과했다. 이번에 기본공제를 확대하고 차 건보료를 없애면서 1조원 가량 줄어든다. 앞으로도 3조원을 계속 매기게 된다는 뜻이다.
'고가의 재산인데 건보료를 좀 물면 어때'라고 할지 모르지만, 지역가입자는 재산뿐 아니라 소득에도 건보료를 내고 있다. 직장인은 원래부터 소득에만 낸다. 2018년 국회에서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매기기로 방향을 정했다. 그해 7월, 2022년 9월, 그리고 2024년 2월 재선 건보료를 계속 낮춰왔지만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이른 시일 내에 없애는 게 좋다. 이렇게 하는 게 요즘의 '공정 코드'에 맞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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