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단체들의 극한 대치, 무엇이 문제인가? [뉴스속인물]

박상우 2024. 2. 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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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발표…의료계, 총파업 등 집단행동 예고하며 강력 반발
정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프런'에 증원 결단…의료계 "국민 부담 커지고 교육현장 인프라 부족"
의협,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비대위원장 선출…비대위원 구성해 구체적 투쟁방식 논의 예정
정부, 집단행동에 업무개시명령 방침…거부하면 최대 의사면허 박탈, 업무방해죄 적용 방안도 검토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현재보다 2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하며 의료계의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고, 의료계는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의결에 이어 비대위원장 선출하는 등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세우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올해 3580명인 의대 입학정원을 2025학년도에는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6일 밝혔다. 인구 고령화와 바이오 헬스케어 발전 등 의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의대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특히,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중요 원인으로 의사 부족을 지목하고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평균은 3.7명이고, 오스트리아(5.4명), 노르웨이(5.2명), 독일(4.5명) 등은 우리나라의 2배 수준으로 많다. 실제로 받아주는 응급실을 찾아 기약없이 길거리를 헤매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청소년과가 줄어들면서 소아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대기하는 '소아과 오프런' 등의 사례가 속출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등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파업 시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회원 4200명(전체의 28%) 대상 설문 조사에서 86%가 의대 증원 시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대전협은 총파업 결정이 떨어지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연합뉴스

의료계는 의사 수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의료 행위 자체가 늘어 건강보험료를 포함한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2000명을 더 뽑으면 요양 급여 비용이 약 35조원 증가해 국민 1인당 월 6만원의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추산도 제시했다.

또한 의료 교육 현장의 인프라가 갑작스러운 증원을 감당하지 못할 것라고 강조한다. 의학 교육은 단순 이론뿐만 아니라 실습이 필요한 만큼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교수와 실습 기자재 등 인프라 확충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일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전날 오후 긴급 온라인 회의를 열고 김태우 강원도의사회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위원장 선출이 마무리된 만큼 의협은 설 연휴 기간에 비대위원을 구성해 구체적 투쟁 방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병·의원, 전공의 등에게 면허정지 및 행정처분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는 지난 6일 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출범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8일에는 실무회의를 열고 9개 관계 부처와 상황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일단, 집단행동에 돌입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명령을 받은 의사는 즉시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의사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 의료인이 정부의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아울러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전공의 등에게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의협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병·의원에도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서면으로 발송했다. 서면에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 진료거부, 휴진 등은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라며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진료거부,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거나, 이를 조장, 교사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여 주길 바란다"고 적시했다. 이어 "본 명령에 반해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하거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 하는 경우,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1년 이내의 면허정지처분 또는 행정처분 및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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