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그로 리그’ 없이 MLB 없었다…재키 로빈슨부터 무키 베츠까지
설 연휴가 있는 양력 2월은 현대 미국에서 ‘흑인 역사의 달’로 기념된다. 1926년부터 사학자 카터 우드슨이 매년 2월 둘째 주를 ‘흑인 역사의 주’로 기린 것을, 1976년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이 공인했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흑인 인권 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러스가 모두 그주에 태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스포츠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메이저리그(MLB)는 리그 역사에 족적을 남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공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니그로 리그’가 대표적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대표되는 유색인종을 위한 리그인 니그로 리그는 20세기 초 조직됐다. 남북전쟁을 통해 야구가 미 전역에 퍼진 뒤로도 최상위 리그에서 암묵적으로 흑인을 배제하자 선수 출신 루브 포스터가 주도해 1920년 니그로 내셔널 리그를 출범시켰다. 공교롭게도 그해 2월 13일의 일이었다.
이후 30년 넘게 이어진 니그로 리그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 베이브 루스와 비견될 정도의 강타자 조쉬 깁슨, 불혹이 넘는 나이에 MLB에 데뷔해 시속 145㎞ 이상의 빠른 공을 구사한 사첼 페이지 등이 대표적이었다.
MLB 최초의 흑인 선수로 잘 알려진 재키 로빈슨 역시 니그로 리그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1919년 태어난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인 1945년 캔자스시티 모나크스에 입단했다. 이듬해 인터내셔널 리그를 거쳤고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 소속으로 데뷔하며 MLB의 유서 깊은 인종 장벽을 깼다.
1947년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MLB에 입성한 로빈슨은 브루클린 유니폼을 입은 10년간 통산 타율 0.311에 137홈런을 기록했다. 6년 연속으로 올스타에 뽑힌 그는 1955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은퇴 후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등번호 42번은 MLB 전 구단 영구결번 조처됐다.
MLB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로빈슨은 최근 수난을 겪었다. 미국 위치타 맥아담스 공원에 설치돼 있던 그의 동상이 지난달 26일 발목 위로 절단돼 사라진 것이다. 도난당한 동상은 닷새 뒤 불탄 잔해로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훼손 정도가 복원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로빈슨의 진출을 시작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잦아졌다. 다만 니그로 리그가 미국 야구계에 미친 영향은 단순한 선수 수급을 훌쩍 뛰어넘었다. 야간 경기가 대표적이다. MLB 닷컴에 따르면 대공황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던 캔자스시티 구단주가 더 많은 수입을 얻고자 이동식 조명탑을 도입해 밤에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게 그 시초였다.
자유도 높은 이적 시스템도 니그로 리그가 원조였다. 보류 조항 탓에 원소속구단이 ‘슈퍼 갑’이었던 초기 MLB와 달리 니그로 리그에선 활발한 선수 이동이 이뤄졌다. 선수들은 리그 내에서는 물론, 도미니카 리그나 멕시코 리그 등 국외로도 자유롭게 이적했다. 이밖에 적극적인 주루와 타격 헬멧, 포수들이 착용하는 정강이 보호대도 니그로 리그의 유산으로 꼽힌다.
흑인 선수들의 유입을 계기로 다양한 피부색에 문호를 개방한 MLB는 2010년대 이후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점차 입지를 넓혀 온 중남미·아시아계 선수들과 달리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의 비율은 크게 떨어진 것이다. USA 투데이는 지난해 MLB 개막 로스터에 든 선수의 6.1%만이 흑인이었다며 이는 1955년 이래 최저치라고 지적했다.
전체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보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도 있다. LA 다저스 무키 베츠가 대표적이다. 1992년생으로 2014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MLB 데뷔전을 치른 베츠는 통산 타율 0.294에 252홈런을 터뜨리며 올스타에 7차례 선정됐다. 2018년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도 등극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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