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BTS 팬, 멤버 생일 행사는 파리 ‘이 한식당’서 연다는데? [신기방기 사업모델]
파리에 위치한 한식당 ‘맛있다’ 얘기다. 통상 파리 한식당 하면 한인, 유학생들이 찾을 법하지만 이 식당만큼은 현지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2021년 문을 연 후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됐다. 해외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현지 맛집 가이드 ‘레스토랑 구루’에서 문 연 지 얼마 안 되는 ‘맛있다’에 가장 높은 등급인 ‘엑설런스(Excellence)’를 부여했을 정도다.
Q. 식당 사업 계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생각한 건 아니다. 1996년에 처음 프랑스로 와서 광고 마케팅 공부를 마치고 VJ, 여행 작가, 방송 현지 코디네이터 등의 일을 했다. 이후 프라이빗 여행 플래너로 일하며 파리의 미슐랭 레스토랑을 거의 모두 다니게 됐는데, 그것이 계기가 됐다.
코로나로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가 왔고, 이 기간에 내 삶의 무게 중심을 한국에서 프랑스로 옮기자고 결심했다. 아내를 설득한 끝에 작은 레스토랑을 열게 됐다.
Q. 이미 파리에 한식당이 점점 많이 생기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차별화했나.
가정식과 궁중 요리의 중간 형태인 세미 가스트로노미를 지향하면서 다른 한식당에서 흔히 파는 김치찌개, 불고기 등을 없애고 떡갈비, 매실 장아찌를 넣은 육회 비빔밥 등 메뉴를 차별화했다. 여기에 한식 문화라는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좋은 레스토랑에 가면 식재료와 음식, 와인 등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반드시 있지 않나. 우리 역시 그렇게 했다. ‘김치 마마’로 알려진 박광희 씨의 매실 장아찌, 호텔 한식 디저트 출신에게서 공급받는 한과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자세히 설명한다.
Q.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미국처럼 큰 한인 사회가 아니다 보니 재료 수급이 어렵다. 우수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싶어도 한인 마켓에서 수입하는 것들이 제한적이라 번번이 국제 특송으로 중요한 식재료를 실어 나른다. 더불어 프랑스인들은 어릴 때부터 훌륭한 레스토랑 문화를 경험한 탓에 음식에 대한 눈높이가 높다. 그래서 좀 더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한식 담음새, 메뉴를 선보이려 했다. 그런 점이 좋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Q. 현지에서 유행하는 한식당 트렌드가 있나. 현지인이 선호하는 메뉴나 인테리어 특징이 있다면.
된장찌개나 감자탕을 파는 것이 1세대 한식당이었다면 지금은 치킨과 떡볶이, 김밥 같은 음식이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에 나오는 것처럼 실내 포장마차 분위기의 한식 주점도 많이 생겼다. 확실히 각자의 콘셉트와 색깔을 갖춰 승부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인테리어나 메뉴의 변화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Q. 현지에서 추가로 식당을 차린다면 어떤 메뉴에 도전하고 싶나. 유망해 보이는 메뉴가 있다면 이유는.
현재 운영되는 메뉴를 전문점 형태로 내고 싶다. 메뉴를 단순화해 회전율을 높이고 식재료 관리나 조리 공정을 줄여나가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Q. 해외 진출하려는 K푸드 사업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가게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사기를 당할 뻔했다. 현지 법률을 모르는 상태에서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을 부동산에서 계약하게 했는데 건물 주인이 이를 알고 변호사를 동원해 계약을 파기했다. 샌드위치나 조리가 필요하지 않은 음식이면 괜찮겠지만, 냄새가 나고 볶거나 튀겨야 하는 대부분의 한식당은 굴뚝 없는 곳을 계약할 경우 주민들이나 건물 입주자들에게 소송을 걸릴 확률이 높다. 이런 자세한 사항을 모르는 초보들에게 비싼 권리금을 파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권리금이 싸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당사자들끼리 현금 거래를 하는 등 이 나라의 일반적인 관행을 어기는 일도 하면 안 된다. 많은 한국인들이 권리금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생각에 조리가 불가능하거나 주민들과 소송이 걸린 매물을 거래한다.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 계약 조건에 명시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계약하라. 무턱대고 급한 마음에 계약서에 서명하게 되면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다.
더불어 프랑스 내 한국 식당이 질적인 향상보다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하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50~60곳이던 파리의 한식당 숫자가 지금은 200여곳을 넘었다. 이 중 70% 이상은 한인이 아닌 외국인이 운영한다. 주인이 한식당인 곳 중에서 한국인이 요리를 하는 식당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향 평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인 만큼 이 시장에 도전하려면 얼마나 차별화, 전문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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