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코미디언들이 분노 폭발…클린스만, 당신은 도대체

김정현 기자 2024. 2. 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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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돌아온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8일 밤, 환하게 웃으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등장했다. 사회적 공감성이 결여된 그의 웃음은 대한민국 축구 팬들의 분노로 치환됐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해외파 선수들과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이른바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컸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무를 거뒀으나 상대와의 전력 차를 고려하면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1위로 진출한 것도 아닌 2위로 16강에 올라 자존심을 구겼다.

사우디아라비아전, 호주전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가 펼쳐졌다. 2경기 모두 선제 실점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동점 골을 넣는 투혼을 보여줬다.

그러나 요르단과 4강전까지 기적이 일어나지는 못했다. 요르단에게도 먼저 실점한 대표팀은 동점 골 대신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0-2로 패했고, 그렇게 대표팀의 아시아 정상 등극을 향한 도전은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보다 높은 성적이었지만, 한국 축구 팬들은 처참한 경기력과 무너진 자존심에 클린스만 퇴진을 촉구했다. 경기 직후, 그리고 입국 인터뷰에서도 사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클린스만은 웃으며 거부했다. 

그는 "이 팀을 이끌고 있어서 행복하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다가올 코앞에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답하거나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한 팀이었다. 다만 4강에 올라간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대표팀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참 낮은 요르단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축구 팬들은 더욱 분노했다. 입국 현장을 찾은 일부 축구 팬들은 엿사탕을 던지며 이를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축구 팬들의 분노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축구 때문에 웃는 사람은 클린스만 밖에 없다. 오죽하면 '웃음'을 선사해야 할 코미디언들마저 방송에서 축구로 인해 분노했다. 

데뷔 43년 차 코미디언 이경규 씨는 소문난 축구 광이다. 과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꼭지 프로그램인 '이경규가 간다!'로 1998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월드컵, 그리고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 특집 방송으로 직접 태극 전사들의 활약상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경규는 지난 7일 카타르 알라이얀에 있는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갓경규'를 통해 구독자들과 같이 지켜봤다.

한국이 두 골을 허용하고 결국 패배해 탈락하자 이경규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경규는 직접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물러나! 솔직히 책임지고 물러나야지 정몽규"라고 호통을 쳤다. 이후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지만, 이 발언이 공중파 뉴스를 타면서 더욱 불이 붙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공감의 글들이 쏟아졌다. 

또 다른 베테랑 코미디언 박명수도 자신의 라디오 방송인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검색차트 코너에 클린스만이 등장하자 한숨을 쉬었다. 

박명수는 "요르단 선수가 치고 나가는데, 우리나라 수비 세 명이 붙었는데도 못 잡더라. 이건 너무 심각한 것 아닌가. 그걸 보면서 ‘이거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라고 했다. 김민재 선수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건 정말 심각하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님이 1년밖에 안 되었다고 하긴 하지만, 누가 데려온 거냐?"라며 "객관적인 데이터로 평가해서 우리나라 팀과 감독이 얼마나 잘 맞는 지를 봤어야 했다. 축구협회가 섭외해서 제대로 된 감독을 데려왔다면 국민들도 이해했을 것 아니냐. 그게 아니라 본인만의 고집으로 데려와서 이 지경을 만들어 놓았으면 반성하고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비단 두 코미디언의 분노로 끝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한동안 이슈가 되지 않았던 국회 국민청원동의 사이트에 '클린스만 경질'과 관련된 주제로 국민 청원까지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한 축구 팬이 작성한 '역대급 황금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뻥' 축구, '해줘' 축구, '방관' 축구로 아시아를 놀라게 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서가 9일 공개됐다.

자신을 '붉은악마' 회원이며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청원 취지에서 한국이 이번 아시안컵 6경기에서 11득점 10실점 한 기록을 내세우며 "최악의 경기력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만든 장본인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현재는 삭제됐는지 보이질 않고 있지만 글이 올라올 땐 폭발적 반응으로 화제가 됐다.

과거 경남FC, 현재 대구FC 구단주로 축구와 관련된 인물이지만, 정치권 인사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최근 클린스만의 행보와 관련해 "화가 나는 게 대한민국을 얼마나 깔보면 감독이라는 사람이 와서 선수들과 호흡할 생각 안하고 밖에서 놀다가 아르바이트 삼아 한국에 들어오는 것 같다"라며 국내 상주 관련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홍 시장은 "감독은 프로다 무슨 위약금이냐, 성적 나쁘고 무능하면 자르는 건 당연하다"라며 "경남FC 감독이 잘못해 2부리그 떨어졌을 때 내가 감독 해임을 했다. '계약기간 연봉을 달라'며 감독이 소송을 걸었지만, 우리가 이겼다. 감독에게 임기는 무의미하고 잘못하면 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홍 시장은 "감독도 먹튀가 있다는 걸(이번에 처음 경험할 것 같다)"라며 "이면 약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위약금이 있다면 축구협회 돈이 아니라 축구협회장 사비로 물어내야 한다"라며 정 회장의 책임을 강조했다. 

축구계는 대국민 명절인 설 연휴 중인 11월 오전 12시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결승전에 한국이 올라가 우승하는 그림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전 국민이 가족들과 한 자리에서 한국 축구의 우승을 기원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은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제대로 된 경기조차 펼치지 못하고 지도력조차 엉망인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이 설 명절 밥상 주제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웃음을 빼앗아 가고 자신만 웃고 있는 클린스만의 표정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갓경규 유튜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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