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에 “야, 너두 죽어봐”…김재규 발작증 끝내 터졌다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육군 작전정보실장이란 직함을 달았지만 군복 차림이 아니었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참 조그맣고 새까만 사내였다.
" 나 박정희요. 사고를 당해서 군복을 벗었네. "
김종필(1926~2018)은 구순이 넘어도 1949년의 짧은 첫 대면을 또렷이 기억했다. 박정희는 군부 내 남로당 조직책 혐의로 사형 구형까지 받았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직후였다. 김종필(JP)은 육사 8기로 졸업해 장교로 첫발을 디딘 때였다. 비분과 야망, 풍운의 두 사내가 만났다. 그 만남이 10여 년 뒤 나라를 뒤흔들었고, 그 여진은 지금의 현대사에까지 미친다.
더중앙플러스에 연재 중인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은 생생한 현대사 체험담이다. 한 번은 무력(1961년 5‧16)으로, 또 한 번은 정치력(1997년 DJP 연합)으로 두 세대에 걸쳐 두 번의 정권교체를 이룬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가 JP다.
비록 그 자신은 한 번도 권력의 정점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래서 권력투쟁의 다양한 면모를 더 잘 알았다. 1979년 10‧26 이후 ‘민주화 투사’처럼 행세한 김재규는 불과 1년 전에 그 스스로 ‘박정희 종신 대통령론’을 중앙정보부의 임무로 삼고 JP마저 협박하고 다녔다고 한다. JP는 김재규의 강박증, 분노조절 장애 등을 지적하며 ‘서울의 봄’ 전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던진다.
야사(野史)나 민담 같아 보이지만, JP가 분명히 증언하는 이야기 중엔 역술인 백운학이 예언한 박정희의 최후도 있다. 5‧16 성공 뒤 박정희를 만난 백운학은 “각하, 한 20년은 가겠습니다. 소신껏 하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JP에겐 귓속말로 “그 무렵에 돌아가실 것 같다”며 불길한 괘를 알려줬다고 한다.
박정희를 지도자로 모신 ‘혁명 동지’로서, 그리고 조카사위로서 JP는 그의 인간적 일화들도 자주 접했다. 박정희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 애주가였지만, 가장 즐겼던 건 논두렁에서 마시는 ‘막사(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은 술)’였다. JP는 박정희가 아무리 마셔도 무각(無覺·정신없이 취한 상태)에 빠진 적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자신에겐 엄격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술버릇엔 관대했다. 만취하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야, 박정희 나와”라며 고래고래 술주정을 하던 경호실장(1960년대 당시 박종규)에게도 다음날 “이그, 술버릇 언제 좀 고치나”라고 한번 꾸짖곤 그만이었다고 한다.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은 박정희 시대 이후 1980년 ‘서울의 봄’을 깬 전두환과의 악연까지를 다뤘다. 설 연휴 뒤엔 1987년 민주화 이후 김영삼‧김대중과의 협력과 반목 등 이른바 ‘삼김 시대’의 파란만장한 현대사 증언이 계속된다.
■ ‘김종필(1926~2018)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 박정희 편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박정희와 죽자고 혁명했다…5·16 설계자, JP의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4657
참 조그맣고 새까맣던 사내…“나 박정희요” 또렷한 첫 만남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7084
“박정희 경호 보니, 이거 참…” 日재계 거물이 본 섬뜩 장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7565
박정희에 “야, 너두 죽어봐”…김재규 발작증 끝내 터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0691
靑 본관서 “야, 박정희 나와”…경호실장 술주정에 뜻밖 대응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1778
내가 씨 뿌린 5·16 업보인가…방식만 베낀 전두환에 당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4582
」
배노필 기자 bae.nop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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