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단절의 시대에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
누군가와 교감한다는 것은 소통을 통해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감을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신뢰와 협력을 증진시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성장할 수 있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역사 선생님 폴과 제자 앵거스 털리가 크리스마스에 외롭게 남겨져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70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사립고등학교 바튼 아카데미에서 역사 선생으로 재직 중인 폴(폴 지아마티 분)은 가족이나 이렇다 할 친구 하나 없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중년 남성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 기숙사에 남아야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집에 가기를 열망했으나 엄마의 재혼여행으로 허사가 된 문제아 털리(도미닉 세사 분)와 학교에 남게 된다. 거기에 아들과 사별한 기숙사 주방장 메리(데이바인 조이 랜돌프 분)까지 합류해 이 셋의 외로운 학교 지킴이 생활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에도 공부를 강요하는 폴과 자유로운 영혼인 털리는 서로 부딪히기만 하지만 뜻밖의 계기로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소통과 교감을 통해 성장의 의미를 전한다. 폴과 털리는 사제지간으로 교사와 학생이라는 특정하고 분명한 신분에 있다. 선생과 제자라는 형식적인 틀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두 인물의 관계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치 친구처럼 상황과 감정이 맞물리면서 허물어진다. 상처와 아픔을 지닌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와 연초를 어쩔 수 없이 같이 보내게 되면서 서로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유하게 되고 상대를 지원하게 된다. 2주라는 시간이 흐른 후 둘은 쌓은 정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조금은 새로워진 일상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기댈 곳이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소통과 공감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를 소환해 가슴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부유층이 다니는 가상의 사립고등학교 바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1970년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1970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쇼킹 블루의 ‘비너스(Venus)’등 1970년대 올드팝은 관객들의 청각을 사로잡는다. 패션과 문화의 과도기였던 1970년대를 재현한 공간과 의상 또한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감독과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수상작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폴 지아마티의 재회만으로도 영화는 개봉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신예 도미닉 세사가 ‘사이드웨이’는 물론 ‘라이언 일병 구하기’ ‘네고시에이터’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인 할리우드 명품 배우 폴 지아마티와 함께 극을 이끌며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그 과정에서 유쾌함과 따스함을 함께 제공해 환상적인 캐미스트리를 선보인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올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우리는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화의 진전과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소통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소통 부재로 우리 사회에서 분노와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크리스마스에 모이게 된 외로운 인물들을 통해 서로에게 단절보다는 소통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고 사회의 갈등과 분노를 치유하는 해법이라는 것을 전한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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