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오죽했으면…설 친척 잔소리 대처 게임 나오자 '서버 다운'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날 결혼·취직·연애 등 친척들의 질문 공세를 받을까 두려움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가운데, 중국에서는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이와 관련한 인공지능(AI) 게임까지 등장했다. 이모, 조부모 등 다양한 친척으로 빙의된 AI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대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게 요지다.
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에서 출시된 '엄청난 결전 : 새해 모임'(Epic Showdown: New Year Reunion) 게임은 서버가 다운되기 전까지 일주일 만에 300만명 이상이 다운받았다.
중국의 학생들이 24시간 만에 개발해 낸 이 게임은 다양한 성격의 친척들 8명과 대화를 단계적으로 통과한 후 '최종 레벨'인 부모님과 대화에 도달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아직 만나는 사람이 없어?" "작년에 얼마나 벌었어" 등 레벨별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친척들의 당황스러운 질문을 잘 소화해내야만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AFP는 "질문들은 젊은이들이 명절 가족 모임에서 받을 수 있는 예상 가능한 곤란한 것들"이라며 "춘제를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이 저녁 식탁에서 말 많은 친척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해당 게임을 내려받았다"고 전했다.
개발자는 해당 게임이 세대 간 대화를 돕기 위해 만들었다면서 "처음에는 모두가 이 게임이 친척들을 모욕주기 위한 것으로 여겼지만, 나중에는 사랑하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방법을 찾는데 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친척들은 이용자의 결혼이나 취업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무례하게 답변할 경우 "너는 이기적이야", "너는 불효자야", "너는 가족들을 실망하게 했어" 등의 반응을 내놓는다. 반면 "운전할 때 조심해라", "따뜻하게 입어라" 등 걱정과 배려의 말을 하는 친척들도 있다.
AFP는 "어떤 이들은 실제 가족 모임에서는 하지 못하는 솔직한 말들을 해당 게임을 통해 분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며 "이 게임으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표출하고 난 뒤 집에 가면 가족들과 좀 더 쉽게 대화할 수 있다는 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이용자는 "올해 명절 집에 못 가는 상황이었는데 (AI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용자는 AI 아버지와 가상 대화를 주고받은 뒤 1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 밤새 울었다는 반응도 보였다고 AFP는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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