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없다 지적하며 거부 하더니…"가혹했다" 기네스북, '성냥 에펠탑' 등재

성냥개비 70만6900개 동원…높이 7.2m
"머리 없는 성냥 썼다" 거부 후 반전 결정

유황 머리가 없는 성냥개비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기네스북 등재가 거부됐던 에펠탑 모형이 결국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기네스북이 프랑스의 모형 제작가 리샤르 플로(47)가 성냥으로 쌓은 에펠탑을 최고 기록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플로씨는 이 에펠탑 모형을 8년간 약 4200시간을 들여 만들었다. 성냥개비 70만6900여개와 접착제 23㎏이 사용됐으며, 지난달 초 7.19m 높이로 완성됐다. 완성작은 지난달 그가 사는 프랑스 남서부 샤랑트마리팀에서 처음 공개돼 지금까지 약 4000명이 관람했다.

프랑스의 리샤르 플로씨가 성냥개비로 만든 7.19ｍ 높이의 에펠탑 모형[이미지출처=리샤르 플로씨 인스타그램 캡처, 연합뉴스]

종전 기네스 신기록은 2009년 레바논인 투픽 하데르가 만든 6.53ｍ 높이의 에펠탑이다. 당연히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생각한 플로씨는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했지만, 심사위원단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성냥을 쓰지 않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등재를 거부했다. 플로씨가 성냥 머리의 유황을 일일이 긁어내야 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머리가 없는 성냥 몸통을 구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플로씨는 프랑스의 한 성냥 제조업체로부터 막대만 있는 성냥을 공급받았다.

기네스 세계 기록 "우리가 가혹했다" 인정

프랑스 모형 제작가 플로 씨가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이 성냥개비로 제작한 7.19ｍ 높이의 에펠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그동안 자신의 작품과 작업 기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해왔던 플로씨는 지난주 기네스북 등재를 거부당한 사실을 알렸다. 심사 결과를 받아 든 플로씨는 "실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고 공정하지도 않다"며 "무엇보다 속상한 건 그들이 제 작품과 그 작품에 들어간 시간,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 8일 반전이 일어났다. 기네스북이 이전 결정을 뒤집고 플로씨의 에펠탑 모형을 세계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홈페이지에 밝힌 것이다.

기네스 세계 기록의 마크 맥킨리 이사는 "이번 시도에서 필요로 하는 성냥 유형에 대해 우리가 다소 가혹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르노 씨의 시도는 공식적으로 정말 놀랍다"고 밝혔다.

플로씨는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기간에 파리에서 자신이 만든 에펠탑 모형을 전시할 계획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