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지금이 더 좋다"…日 에이스와 함께 훈련한 '17승 투수' 반등 의지 [시드니 인터뷰]

유준상 기자 2024. 2. 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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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시드니, 유준상 기자) 2019년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이영하(두산 베어스)가 그동안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까.

2016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는 2018년 데뷔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40경기 122⅔이닝 10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8로 가능성을 나타내면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영하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건 2019시즌이었다. 이영하는 그해 29경기 163⅓이닝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의 준수한 성적을 남기면서 팀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그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대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영하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020년 42경기 132이닝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 2021년 35경기 78⅔이닝 5승 6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29로 다소 부진했다.

시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이영하는 2022년 21경기 98⅔이닝 6승 8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고, 지난해 36경기 39⅓이닝 5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49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두산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영하는 17승을 거둘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해서 팀 입장에서는 계속 그에게 기회를 줄 수 없었다. 결국 선발, 필승조 모두 다른 선수들의 몫이 됐다.

누구보다도 간절한 사람은 선수 본인이었다. 그래서일까, 이영하는 올겨울 김범수(한화 이글스)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구슬땀을 흘렸다.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시설에서 몸을 만들었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한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에이스' 도고 쇼세이와 함께 훈련하며 보고 느낀 게 많았다.

2019년 요미우리에 입단한 토고는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으로,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96경기(선발 94경기) 609⅔이닝 43승 27패 평균자책점 2.98로 맹활약했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 12승 및 170이닝으로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9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영하는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경기를 할 때 어떻게 던지는지 서로 생각을 공유했는데, 속도보다는 좀 더 좋은 퀄리티의 직구를 던지기 위해 필요할 것 같더라"며 "불펜투수들과도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초구부터 3구 정도까지는 전력 투구보다 질 좋은 직구를 던진다고 했다. 나는 힘으로 많이 누르려고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일본 투수들은) 확실히 공략하는 게 다른 것 같았다. 가운데에 공을 던져도 147~148km/h의 질 좋은 직구라면 쉽게 맞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의 전환은 이영하의 마음까지 바꿔놨다. 그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역대 스프링캠프 중에서 (올해가) 가장 쉽다"며 "(양)의지 형이나 (장)승현이 형, (안)승한이, (김)기연이와 다 합을 맞춰봤는데 확실하게 믿고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포수들이다. 포수들을 믿고 던지면서 내가 해야 할 일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흐름을) 라이브 투구, 청백전까지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날 이영하는 불펜피칭에서 100구를 소화했다. 그는 "(직전 두 차례 불펜피칭에서) 50구, 80구를 던졌고 오늘(9일)이 세 번째 불펜피칭이었다. 이제 슬슬 100구를 던질 타이밍"이라며 "시즌이 짧아졌기 때문에 지금 딱 100구를 던지고 그 다음에 쉬다가 라이브 피칭에 들어가면 준비할 시간이 좀 있는 것 같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훨씬 마음도 편하고 따뜻한 곳에서 공을 던지니까 페이스가 훨씬 좋다"고 얘기했다.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까지 3선발을 갖춘 두산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4선발에 대한 고민을 떠안았다. 선발투수로 낙점된 최승용이 왼쪽 팔꿈치 피로 골절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복귀 시점은 미정으로, 최승용은 이달 중으로 재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다르게 보자면, 선발 후보군에 포함된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원준, 이영하, 김민규 등 다양한 투수들을 놓고 선발 두 자리를 채울 계획이다. 이 감독은 "(이)영하가 매우 좋다. 선발에 대한 욕심도 있다. 시범경기까지 보여주는 능력으로 선발들을 평가할 것이고, (후보들이) 먼저 선발로 준비할 것"이라며 "영하가 지난해 시즌 중반에 합류했지만, 올핸 캠프 때부터 같이 해주는 게 큰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영하는 "사실 하고 싶은 게 많다. 마무리투수도 해보고 싶다. 팀에 필요한 자리에 맞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딱히 원하는 보직은 없다"면서 "17승을 거둔 2019년과 비교하면 준비 과정 자체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돈을 내고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고 그런 부분이 지금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낀다. (2019년 이후로) 그런 느낌을 못 받았는데, 오랜만에 여유 있게 시즌을 준비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팀의 계획대로, 또 본인의 바람대로 이영하가 2019년의 폼을 되찾으면 팀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영하는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보직에 대해) 확답을 받은 게 없기 때문에 보직이 정해지면 그때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선발로 나선다면) 15승을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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