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산 24배 높이…처치 곤란 매트리스, 환경재앙 온다
불면증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개발자 정모(33·서울)씨는 요즘 주말마다 수도권의 가구 매장들을 돌아다닌다. 숙면을 위한 침대 매트리스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능력만 되면 수억 원짜리 매트리스를 살 수도 있다. 그만큼 숙면과 허리 건강으로 얻는 효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이 숙면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현상이 이어지면서 매트리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신용정보 기업 NICE디앤비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 4404억원에서 2021년 6259억원으로 껑충 뛴 국내 매트리스 시장 규모가 2026년 876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매트리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처치 곤란한 매트리스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전국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매트리스 수는 2016년 80만 1299개에서 2021년 106만 659개로 32%가량 증가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버려진 매트리스(높이 20㎝ 기준)를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산(8848m)의 24배, 남산타워(237.7m)의 892배 높이에 달한다.
매립장 화재 일으키고 재활용도 어려워
재활용도 어렵다. 구성물의 약 75%(폼, 스프링 철, 원목, 섬유 부산물 등)가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5~20% 수준에 그친다. 복합 소재인 탓에 사람이 일일이 분해해 분류하거나, 통분쇄를 해야 하는데 두 방법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대량 통분쇄는 소음이 심하게 발생해 업체들이 꺼리고, 매트리스는 갈수록 정교하게 만들어져 수작업 해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유희라 기후변화센터 연구원은 “매트리스는 촘촘한 바느질, 접착제 사용 등으로 인해 분리하기 위해서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며“큰 부피 탓에 보관하는 데 비용적 부담이 있는 데다 재활용 의무도 없어 불법 재사용 또는 쓰레기산 등 2차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서는 매트리스 EPR 도입…환경부 “검토 중”
프랑스는 2011년부터, 네덜란드도 2021년부터 매트리스에 EPR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 주정부가 EPR 프로그램 ‘바이 바이 매트리스’(Bye Bye Mattress)를 도입해, 매트리스 비용에 재활용 수수료 11달러를 부과해 수거와 재활용 비용으로 쓰고 있다.
환경당국도 향후 매트리스에 EPR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매트리스는 올해부터 환경부의 자발적 협약 대상 품목 대상으로 지정돼 제조사는 일정 비율의 재활용 목표를 부여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향후 5년간 매트리스 제조사의 자발적 협약을 이행 결과를 보고 EPR 편입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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