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의지 드러낸 중국·러시아"…관계 개선 시작될까

문제원 2024. 2.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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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가 중국, 러시아 고위급 인사와 잇따라 소통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 한·러 관계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당장 '한·중·일 대 북·중·러' 구도가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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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러 고위급과 잇따라 소통
중국·러시아도 소통 의지…의미 있어
근본적 변화 힘들지만 상황 관리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우리 정부가 중국, 러시아 고위급 인사와 잇따라 소통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 한·러 관계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당장 '한·중·일 대 북·중·러' 구도가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10일 외교당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이뤄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의 방한과 한·중 외교장관의 첫 전화 통화를 두고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덴코 차관의 경우 윤석열 정부 첫 러시아 고위급 방한인데다, 비공개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까지 만났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첫 통화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방중 초청을 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경색된 국면이 이번 이벤트를 통해 갑자기 좋아지기는 힘들겠지만 소통의 끈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양측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한·러 고위급 협의는 양국 간 주요 현안 등에 대해 소통하고 점검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러시아도 이를 위해 방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다소 적대적이거나 서먹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노골적으로 북한을 감싸며 한국에 비판적인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언론 발언에 대해, 이달 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각각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주러시아대사까지 초치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루덴코 차관이 방한해 외교부 차관과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것은 한·러 관계 유지를 위한 의지 표명이란 설명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한이 필요하지만 다른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땐 북한보다 오히려 한국이 더 중요하다"며 "한국이 정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경우 전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덴코 차관의 방한 중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 비난하는 '엇박자'가 발생하긴 했으나, 이는 러시아 외교 능력의 한계로 인한 돌발상황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왕이 부장도 지난 1일 신년인사회에서 그간 마찰을 빚어온 일본에 대해선 "전략적 호혜 관계"라고 언급하면서도 한국은 전혀 거론하지 않아 서먹한 한·중 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조태열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중 관계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자는데 공감하고,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여전히 경제가 좋지 않은 중국으로선 미국은 물론 한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소통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당장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문제 해소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큰 틀에서 미·중, 미·러 갈등 상황에 변화가 없는 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강 교수는 "근본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으나 중국, 러시아와 소통조차 하지 않으면 억측을 하게 되면서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우리도 소통을 통해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국도 러시아와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협력하는 게 굉장히 불편할 것"이라며 "그런 관계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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