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재성 "목표는 '격차 해소'…西부산 키우겠다"

오지은 2024. 2.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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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전문가, '격차 줄이는 정치인' 목표
"연구개발 예산 복원…벤처·스타트업 지원"
"서부산, e스포츠 거점으로…'다대' 브랜딩"

파란 목도리에 파란 야구점퍼를 입고 나타난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53)의 첫마디는 '유튜브'였다. 부산 사하을에 출사표를 던진 뒤 유권자와 소통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사하을 이재성TV' 채널을 개설했다. '5선 잡는 미친 존재감, 괴물 신인 이재성!'이란 소개 글이 인상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2호 인재로 영입된 그는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마, 함 해보겠십니더!"라는 부산 사투리로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다대포 해수욕장과 감천문화마을이 자리 잡은 서부산 지역을 발전시켜 동부산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런 의지가 담긴 그의 의정 활동 목표는 'Closing the Gap'이다.

벤처·스타트업, 대기업까지…"R&D 예산 복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당 '2호 총선 영입인재'인 엔씨소프트 출신 기업인 이재성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전 전무는 부산 중앙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한솔PC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넷마블로 자리를 옮겨 이사까지 승진했고, 엔씨소프트서비스 대표 등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15년간 임원을 지냈다. 새솔테크 대표이사(CEO)를 역임하면서 스타트업 현장도 경험했다. 기업인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그에게 '정치 입문'을 결심한 계기를 묻자 "현실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개혁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며 "평등을 기하는 경제 철학을 실현하기에 민주당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전무는 먼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감축 기조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경기 침체는 막아내지 못하면서 미래 희망이 될 연구개발 예산은 마구 잘랐다"며 "더구나 지난해 중소기업 모태펀드 규모도 대폭 줄이면서 결국 문을 닫는 벤처·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투자가 이뤄진 국내 벤처·스타트업 중 폐업이 확인된 곳만 146곳"이라고 꼬집었다.

벤처·스타트업 현장을 직접 경험한 그는 "스타트업들이 '이 정도 아이디어, 이 정도 기술이라면 투자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려면 국가 투자가 꾸준해야 한다"며 "요즘 현장에선 '보통 때 같으면 투자받았을 텐데'라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미래 산업에 도전하는 혁신 기술을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격차 해소' 목표…치매 예방부터 청년 일자리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당 '2호 총선 영입인재'인 엔씨소프트 출신 기업인 이재성씨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격차 해소'를 지향하는 4차산업 전문가의 첫 구상은 '디지털 치매예방거점센터'다. 노인들의 치매 여부를 조기에 검진하고, 인지 기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치매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센터와 지역 대학 간 산학 협력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 노후 문제를 경제 격차 해소에 접목한 일종의 '산업' 구상이다.

이 전 전무는 노인 인구가 많은 서부산 지역에서 이런 '아이템'을 먼저 구현할 생각이다. 그는 "예컨대 사하구 감천2동의 경우 노인 인구가 절반 이상"이라며 "이런 환경은 오히려 디지털 치매예방거점센터를 운영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사하구의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9만8397명(33.1%), 감천2동은 2806명(52.5%)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는 "부산에선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자주 쓰이는데, 자꾸 청년이 줄어 노인과 바다만 보인다는 뜻"이라며 "문제를 해결 방법으로 전환하는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매예방거점센터가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세대 간 유대까지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西부산, e스포츠 거점으로…'다대포 대첩' 예고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지난달 23일 '제22대 총선 민주당 첫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공약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사하을 이재성TV' 갈무리]

지역 전반에 대한 구상도 '격차 해소'라는 목표에 기반한다.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 등 기존의 관광 거점들이 동부산에 집중된 상황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서부산을 발전시켜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스포츠'의 잠재력을 '다대포'에 접목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전 전무는 "e스포츠는 지난해 말 기준 6억 5000만명의 시청자가 있고, 8%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만큼 동력이 엄청나다"고 했다. 이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광안리에서 해마다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이 열렸고, 팬들은 이걸 '광안리 대첩'이라고 불렀다"며 "바닷가에 수만 명이 모여 e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문화의 명맥을 다대포에서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가덕도 신공항 개장 효과를 여기에 연결할 구상도 다듬고 있다. 2029년 12월 신공항이 문을 열 때쯤이면 '다대포 대첩'이란 이벤트가 열리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공항에서 다대포는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로, 1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광안리보다 지리적 이점이 있다. 이 전 전무는 "다대포를 중심으로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굳히고 경제·문화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자신했다.

'치매 예방 대책'과 'e스포츠 산업 발전' 구상은 민주당의 총선 공약과도 연결된다. 이 전 전무는 지난달 23일 '제22대 총선 민주당 첫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이런 공약 내용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지역에선 다대포를 줄여 '다대'라고 부르는데, 발음이 쉬워 일본이나 영어권에서도 어렵지 않은 발음"이라며 "이 표현을 지역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부두 노동자의 아들…"운 아닌 제도적 보장 필요"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문화시설 '알로이시오 기지 1968'에서 초대 기지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4차산업 전문가'란 타이틀로 정치판에 뛰어든 그가 이토록 '격차 해소'에 천착하는 이유는 성장 배경에 있다. 이 전 전무는 "부두 노동자의 자식으로 어렵게 자랐지만, 운이 많이 따른 삶이었다"며 "누나 둘은 대학에 진학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운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격차가 없도록 보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30대부터 임원 자리에 올라 안정적인 삶을 누리던 그가 자리를 내려놓은 뒤 부산 서구에 있는 '알로이시오 기지 1968'로 향한 것도 이런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알로이시오 기지 1968'은 아동·청소년들의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교육문화시설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청년 신부 알로이시오 슈왈츠가 1968년부터 전쟁고아를 가르쳤던 학교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이곳의 운영 주체인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에서 아동복지시설 '소년의집'을 통해 요보호아동을 책임지고 있다. 이 전 전무는 '알로이시오 기지 1968' 초대 기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알로이시오, 그리고 소년의집 아이들을 보면서 꿈이 없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며 "소년의집 바로 건너편에 큰 대학 병원이 있었는데, 의사를 꿈꾸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디지털 치매예방거점센터'를 구상한 것도 이 시기다. 그는 "기지장 시절 주변 할머니들께서 치매에 걸릴까 걱정하면서 '자식에게 도움은 못 될망정 짐은 안 되고 싶다'고 하소연하시던 게 너무 와닿았다"며 "미래세대를 위해서는 아이들은 물론,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부산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사하구청장을 지낸 김태석 예비후보와의 '건강한 경쟁'도 다짐했다. 이 전 전무는 "공천은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니 김태석 후보와도 '당의 결정에 잘 따르자'고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험지, 특히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0년간 터를 잡은 지역구로 도전하겠다고 하니 당에서도 많이 응원해준다"며 "인물과 정책으로 대결해서 국회에 입성하는 선례를 만들어 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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