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 꼭 학교가 해야해?"…국민이 제안한 '늘봄학교' 정책 뜯어보니

김영원 2024. 2.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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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학교' 최근 한달 정책제안 15개
'실무직원 교사 자격증 있어야','돌봄
은 가정에서','늘봄 지자체로 이관' 제안
전문가 "일부 동의" "사실 오류" 의견

초등학교에서 수업 후 돌봄과 교육을 통합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맞벌이 부모의 '돌봄' 수요를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돌봄을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맡는 것이 옳은지, 교원·공무원의 업무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9일 기준 국민들이 교육 정책을 제안하는 플랫폼 '함께학교'에는 늘봄학교 관련 지난 한 달 간 15건의 제안이 올라왔다. 교원·학부모·일반 시민들이 전한 정책 방향에 전문가들은 일부 수긍하거나 '잘못된 사실'이라고 정정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열린 '신입생 예비소집'에서 예비 신입생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늘봄학교, 교대 졸업생이 맡으면 안 되나요?"

교원 A씨와 학부모 B씨는 늘봄학교 업무를 맡는 늘봄지원실장, 실무직원, 프로그램 강사 등을 '초등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봄학교에 대한 신뢰성 제고와 더불어 교사 적체로 선생님이 되지 못한 교대 졸업생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늘봄실무직원과 지원실장은 모두 공무원 등으로, 교원 자격증이 필수가 아니다. 프로그램 강사의 경우 외부 강사(기존 방과후강사)가 주가 된다.

전문가는 이 제안에 대해 '오류가 있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사가 되지 못한 교대 출신 가용자원이 남아도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임용시험에 합격했는데 발령을 못 받은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대 졸업생들과 실무직원이 맡는 역할도 다르다. 초등교사 자격을 소지한 사람을 늘봄학교의 행정 업무로 보내놓으면 불만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봄은 가정에서…늘봄보다는 가정돌보미 지원"

늘봄학교의 '근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정책 제안도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가 아닌 돌봄의 주 공간이 되어야 할 가정에서의 돌봄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 C씨는 가정으로 아이돌보미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학부모 D씨는 근로시간 개편을 통해 부모가 가정에 상주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이 이상적인 정책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다만 현실성, 이상적인 제안으로 가는 과정상에서 늘봄학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부모가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고, 최상의 정책인데 재원이 많이 든다"며 "국가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싶고, 학부모들이 생각하기에 안전한 공간으로 보내고 싶은 것이 겹쳐서 늘봄학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노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 또는 유연·탄력근무제라는 목표는 당연히 함께 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노동시장을 바꿀 때까지 늘봄학교는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회적 돌봄, 학교 아닌 지자체가 맡아야"

국가 차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방안에는 동의하면서도 주체가 학교(교육)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원 E씨는 "학교에 늘봄을 전가하는 것은 정규 교육과정 및 돌봄의 질을 저하시킨다"며 "교육 예산이 돌봄에 사용되고 교육의 질은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돌봄 센터가 있고 가용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지자체로 늘봄학교를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해당 제안에 대해 '교육과 돌봄은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과 돌봄의 융합이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지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안전 공간으로도 제일 좋은 것이 학교"라며 "해외에서도 대부분 학교 안에서 방과후 활동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박 교수는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돌봄 공간이 많지 않다"며 지자체와의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초등 교사는 오후에 교실에서 연구 활동 등 모든 것을 하는데 그 교실을 내줘야 한다. 갑자기 연구실이 사라지는 셈"이라며 "지자체와 힘을 합쳐 각각의 여건에 맞는 쪽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늘봄학교를 지자체로 이관해달라는 제안에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교육부는 "학부모는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고 실제 학생들에게도 추가 이동부담이 없는 학교가 가장 편리한 공간일 것"이라며 "늘봄학교는 단순 돌봄이 아니라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지자체 이관 방안은 보다 큰 틀에서 논의가 진행돼야 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교육부가 초1 예비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6%가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늘봄학교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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