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메타, '빨간색 문제' 먼저 푸는 쪽이 이긴다[테크토크]
차세대 화면 mLED 상용화가 관건
'적색 문제' 걸림돌, 빅테크도 좌절
애플의 혼합현실(MR) 고글 '비전 프로'가 최근 출시됐고, 많은 매체로부터 지금껏 나온 공간 컴퓨팅 기기 중 가장 완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시점 고글 분야 최대 경쟁자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애플과의 경쟁을 반기는 듯합니다.
사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6월 직원회의에서 비전 프로에 대해 "우리가 이미 접하지 않은 새 기술은 없었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의 평가는 가상현실(VR) 고글 계열 최대의 난제인 '디스플레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진 OLED가 지배하는 VR 디스플레이
현재 메타, 애플을 비롯한 VR·MR·AR(증강 현실) 고글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자 기반 디스플레이를 씁니다. 특히 비전 프로는 기존 OLED보다 픽셀을 줄인 '마이크로 OLED'로 화면의 해상도를 높여 몰입감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OLED만으로는 가상현실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고글은 물론 '스마트 글래스'류 폼 팩터(form factor)가 제 기능을 하려면 더 작고 효율적인 소자가 필요합니다. 일명 '마이크로 LED(mLED)'입니다.
저커버그 CEO는 3년 전부터 mLED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습니다. 애플이나 다른 경쟁 기업도 현재로선 OLED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mLED…'적색 문제'가 걸림돌
mLED는 기존 LED를 100분의 1 이상 축소한 소형 소자입니다. mLED를 기판 위에 촘촘히 배열한 모듈로 만들어 다양한 형태(시계, 안경, 고글 등)의 디스플레이 폼 팩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 OLED보다 전반적으로 휘도가 높아 더 생생한 화면을 전달할 수 있고, 전력도 훨씬 적게 먹으며, 수명도 깁니다.
이런 특성은 고글, 안경형 디스플레이에 적합합니다. 두 눈을 둘러싸는 듯한 폼 팩터를 만들기에 이상적이고, 전력 소모도 줄어들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 이슈도 해소될 겁니다.
사실, mLED 자체는 이미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LG 디스플레이도 mLED를 탑재한 대형 TV를 기업체에 판매합니다. 하지만 mLED는 OLED와 달리 지금은 대량 양산하기 매우 힘듭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LED의 특성 그 자체에 있습니다. 통상 LED는 적색(R), 녹색(G), 청색(B) 소자로 디스플레이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LED 크기가 줄면 각 소자의 색깔에 따라 효율이 급락합니다.
일례로 파란색 LED는 5마이크로미터(㎛)까지 축소되면 90%였던 효율성이 40%까지 떨어집니다. 이 정도는 mLED의 장점을 고려하면 감당 가능합니다. 문제는 적색 LED입니다. 효율이 60%에서 1% 안팎으로 추락해서 빛을 내지 못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적색 LED만 특별히 만들어진 별도의 기판에서 따로 생산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즉 한 개의 픽셀을 만들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기판을 써야 한다는 뜻이며, 그만큼 양산 비용은 급등하고 수율은 낮아집니다. 결국 '적색 문제'가 mLED의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메타·애플 계속 고배 마시지만…관심 여전히 뜨거워
많은 기업이 적색 소자 문제를 풀기 위해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mLED 도입에 따라 가상현실 시장을 거머쥘 수 있는 메타, 애플이 가장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메타는 앞서 2020년 mLED 전문 연구업체 '플레시'를 인수, 막대한 연구 예산을 지원하며 mLED로 만든 스마트 글래스를 만들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께 프로젝트를 연기하기로 했지요. 이번에도 문제는 적색 소자의 효율 급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메타는 오는 2027년 안에 mLED 기반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황입니다.
애플도 오래 전부터 mLED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고, 메타처럼 빈번히 고배를 마셨습니다. 약 10년에 걸쳐 10억달러(약 1.3조원) 넘는 금액을 mLED 프로젝트에 투입해 왔고, 독일의 조명 전문 업체 AMS 오스람 등과 손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mLED 디스플레이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입니다. 이번 비전 프로도 mLED 대신 OLED를 택했습니다.
다만 이런 난제에도 불구하고 mLED를 향한 업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 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은 최근 영국 기반 mLED 제조 스타트업 '포로테크'와 손잡기로 했습니다. 포로테크는 특수 장치 없이도 적색 mLED 소자의 밝기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 기업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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