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 찢어져도 메달 땄다, 女다이빙 김수지 세계선수권 쾌거
한국 여자 다이빙 간판 김수지(25·울산광역시청)가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김수지는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선수권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1∼5차 시기 합계 311.25점을 얻었다. 김수지는 창야니(22·354.75점)와 천이원(24·336.60점·이상 중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김수지는 2019년 광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우리 나라 최초로 메달을 따낸 데 이어 4년 만에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수지는 대한수영연맹을 통해 "5년 전 광주에서는 나 스스로 아직 국제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뿐이어서 감흥이 덜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성장했다고 느낀다.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더 기쁘고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1차 시기에서 공동 4위를 한 김수지는 2차 시기에서 '앞으로 뛰어 다리를 편 채 양손으로 감싸는 파이크 동작으로 3바퀴 반을 도는 난도 3.1의 107B 연기'를 멋지게 소화해 3위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실수 없이 연기를 마친 김수지는 합계 302.95점을 받은 4위 매디슨 키니(호주)를 8.3점 차로 제치고 시상대에 올랐다.
김수지의 메달로 한국의 세계선수권 메달은 7개(금 2개, 은 1개, 동 4개)가 됐다. 박태환이 2007년 멜버른 대회에서 자유형 400m 1위, 200m 3위에 올랐고, 2011년 상하이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9년 광주에서는 김수지가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황선우(강원도청)는 남자 자유형 200m에서 2022년 부다페스트 2위, 2023년 후쿠오카 대회 3위에 올랐다.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메달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2019년 김수지가 3위를 한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다. 이번에 메달을 따낸 3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고, 그만큼 주목도가 높다. 김수지는 2022년 부다페스트와 2023년 후쿠오카 3m 스프링보드 개인전에서 연거푸 16위를 해 결승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메달까지 따내며 파리올림픽 쿼터까지 손에 넣었다.
김수지의 부모는 관중석에서 딸이 화려한 연기를 펼치고,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수지는 "도하까지 응원 와주신 부모님 앞에서 이룬 성과라 더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웃었다.
김수지는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상 때문에 훈련량도 조절해야 해 이번 대회에선 메달보다는 올림픽 출전권에 집중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김수지는 혼성 싱크로 3m 스프링보드 결승에 이재경(24·인천광역시청)과 함께 출전한다.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에서 김수지-이재경은 이 종목 4위를 했다. 김수지는 "도하에서 혼성 싱크로 3m 경기를 실수 없이 마치면, 작년보다 한 계단 더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한편 남자 3m 스프링보드 우하람(26·국민체육진흥공단)과 이재경, 남자 10m 플랫폼 신정휘(23·국민체육진흥공단)는 파리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 남자 10m 플랫폼 파리행 티켓을 딴 김영택(23·제주도청)과 김수지까지 5장을 확보했다. 손태랑 다이빙 대표팀 코치는 "역대 한국 다이빙 올림픽 개인 종목 최다 출전권을 획득했. 그동안 묵묵히 버텨주며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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