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佛까르푸도 뚫었다…EU서 3년 만에 매출 300억 K푸드 스타트업 [내일은 유니콘]
그렇다면 눈을 돌려 유럽에서는? 생각보다 K푸드 강자가 많지 않다. 이런 와중에 창업 1년 차에 프랑스 까르푸가 먼저 입점 제안해 K푸드 전용 매대를 운영하기 시작한 K푸드 스타트업이 있다. 만두, 김치, 라면 등 한국 브랜드 제품은 물론 자체브랜드(PB)로도 유럽 20여개국에 약 100여종의 식자재, 가공품을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이제 창업한 지 갓 3년을 넘겼는데 지난해 매출액만 300억원을 돌파했다. ‘루에랑’ 얘기다.
30대인 김 대표는 건축학도 출신으로 첫 직장은 엔지니어링 회사였다. 그런데 2011년 운명이 바뀌었다. 만두 등 냉동식품 제조 업체(지엠에프)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당시 허리 디스크로 회사를 못 나가던 때가 있었다. ‘회사 일을 잠시 도와드리자’ 해서 잠시 회사에 나왔다가 계속 다니게 됐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도와 국내 시장에서 냉동만두 OEM 회사 1위 업체로 키웠다. 더불어 해외 수출선을 뚫으면서 자연스레 해외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럽 최대 아시안 식품 유통사인 크레옌홉&클러지(이하 K&K)도 그중 하나였다.
이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김 대표는 2020년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K&K와 손잡고 유럽 시장에 K푸드를 본격 납품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K&K 납품 독점권은 기본이었다. 그길로 회사 문을 연 것이 오늘에 이른다.
김 대표는 루에랑 창업 후 한국 냉동식품은 물론 다양한 소스, 식자재를 유럽에 공급했다. 입소문이 나니 까르푸 외에도 유럽 내 최대 점유율의 식품 도매 업체인 ‘메트로’에도 독점 납품 계약을 했다. 메트로는 식자재 납품을 넘어 셰프의 레시피까지 제공하는 식으로 유럽 레스토랑을 공략하고 있어 요즘 뜨는 K푸드를 추가하면 레스토랑에서 환영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기업도 뚫기 힘들다는 유럽 시장서 어떻게 혈혈단신 K푸드 전도사가 됐을까. 김직 대표에게 현지 진출 노하우, 팁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일반인도 알기 쉽게 사업 모델, 즉 돈 버는 구조를 설명 부탁한다.
루에랑의 사업 구조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농심, 하이트진로, 동원, 샘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제품을 유럽 시장에 대신 진출시켜주는 사업이 있다. 두 번째는 리들, 에데카, 까르푸 등 현지 유통 업체의 리테일러 브랜드를 만들어 주고 유통시킨다. 마지막으로 자체브랜드(PB) 기획, 개발 사업을 한다. 이미 한국에 제조 업체가 있어 유럽이 요구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수출-수입-유통-마켓-소비자’로 연결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유럽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원스톱’으로 새로운 K푸드 제품을 루에랑을 통하면 바로 수급할 수 있다. 루에랑 입장에서는 대량 수주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익을 조절할 수 있다. 윈윈 모델이라 창업 4년 차인데 현금흐름을 계속 플러스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Q. 해외 시장 개척은 대기업도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다르게 접근했나.
대부분 한국 식품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성공한 제품들을 해외 시장에 수출하려 한다. 루에랑은 관점을 바꿔 처음부터 해외 시장 고객을 타깃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구축했다. PB 제품 개발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루에랑이 목표로 하는 유럽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유럽 시장을 위한 K푸드 브랜드와 제품을 오롯이 새롭게 기획하고 개발해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현지에 상주하면서 트렌드를 계속 읽어나가고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봤다. 프랑스로 아예 본거지를 옮겨 빠른 의사 결정, 현지화에 더 공을 쏟고 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막막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프랑스 모노프리 전국 매장 265개에 한국 라면을 출시할 때 일이다. 이 프로젝트는 모노프리에서 최초로 한국 제품을 기획, 독점적으로 소개하는 사업이었다. 프랑스 시장과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4가지 라면 제품을 기획하고, 모노프리 담당 매니저의 승인을 받아 생산하고 수입을 완료한 뒤 발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모노프리 내부 사정으로 이 프로젝트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업 초창기, 없는 돈을 긁어 선투자해 진행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깜빡 잘못하면 적자의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너무 절박해서 모노프리 본사 앞으로 갔다. 시위 대신 라면 선물세트를 그 앞에서 나눠줬다. 담당자가 이 모습을 봤다. 열정을 높이 산 당시 담당자는 내부를 설득, 조건부 론칭으로 입장을 바꿨다. 테스트 개념으로 일부 매장에 한국 라면을 선보였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 결국 전국 매장에 제품을 팔게 되면서 모노프리 최고의 파트너로 대접받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열정으로 만든 결과물이라 뿌듯하게 생각한다.
Q. 창업 후 얼마 안 돼 유럽에도 코로나19가 강타했는데 어떻게 버텼나.
처음에는 진짜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데 점차 위기가 기회가 되더라. 팬더믹 기간 중 유럽 리테일(소매) 시장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내 레스토랑이 록다운(일시 영업정지)에 걸리면서 ‘집밥’ 열풍이 불어서다. 이때가 K푸드 입장에서는 기회가 됐다. 왜냐하면 K콘텐츠를 즐기기 시작한 유럽 사람들이 K푸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직접 사 먹어보기 시작해서다. 특히 기생충, 오징어게임에 나온 음식들을 집중 소개했더니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면서 매출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다.
Q. 유럽이 EU라는 단일 경제공동체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보면 각 나라별로 유통 환경이 다 다르다고 들었다.
EU연합은 같은 법규 체계를 따르지만, 국가별로 문화가 다르고 유통 채널 규제도 다르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독일의 재활용법이 다르다. 프랑스는 라벨에 트리만 로고를 표기하면 유통에 문제가 없지만, 독일에서는 독일에서만 인쇄 가능한 ‘판트’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판트’ 라벨은 돈으로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는 불어를 사용한 패키지를 선호하지만 독일은 영어에 대한 수용도가 높기에 영어를 패키지에 적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품 기획할 때 맛은 한국적인 맛을 최대한 유지해 진정성을 높이되, 철저하게 현지 법규에 맞춰 원재료를 선정하고, 영양성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세세하게 전략을 짜고 시장마다 대응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많지 않기에 현지 대형 유통 회사에서 이제는 ‘입접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Q. 해외 진출하고 싶어 하는 K푸드 회사, 식당 브랜드 대표들이 많다. ‘이것만 알아보고 진출하라’와 같은 조언이 있을까.
해외 진출에 꼭 도전해보라.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와 문화 수준은 글로벌 리더의 수준이 됐다. 해외 시장을 탐방해보면 우리나라의 식문화, F&B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류가 갑자기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응축된 에너지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이 기회를 꼭 사업 기회로 전환하길 바란다. 다만, 투자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면 꼭 목표 시장을 정하고 직접 현지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그 과정에서 해외 시장도 국내 시장만큼 치열한 경쟁자들이 있으며, 국내 시장만큼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무엇이 기회이고 위기인지 대표(의사결정자)가 직접 분석할 수 있다. 끝으로 돈을 들여서라도 현지 법규와 절차에 대해 학습하고 꼭 준수할 것을 추천한다.
Q. 향후 계획은.
창업 슬로건이 ‘우리의 경험이 전 세계 시골 할머니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게 하자’였다. 그래서 지금도 루에랑의 K푸드 전문가들을 해외법인에 파견하고, 직접 발로 뛰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하고 유통하는 브랜드와 제품들이 목표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K푸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계속 전진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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