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한국에서 시간 낭비...커리어 버린다" 英 전문가 비판, 왜?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제시 린가드의 K리그 커리어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벌써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린가드의 한국행이 시간 낭비라는 주장이다.
FC서울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FC서울이 'K리그 역사상 최고 빅네임'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린가드를 영입했다"라며 린가드의 린가드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린가드는 구단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팀을 향한 헌신, 성숙한 자세로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하루빨리 K리그 무대 그 중심에 서고 싶다. 결연한 의지와 함께 올 시즌 선임되신 김기동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에 큰 보탬이 되고,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린가드는 K리그 역사상 최고의 빅 네임 영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명성을 보유한 선수다. 린가드는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가 현역 시절 뛰었던 잉글랜드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스 출신이며, 맨유에서 데뷔해 맨유 소속으로만 2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스타 플레이어다.
린가드는 커리어 초반에는 맨유에서 주전과 교체를 오갔지만, 이후에는 경기력이 떨어진 탓에 후보로 밀려났다. 저조한 퍼포먼스로 인해 한동안 비판을 듣던 린가드가 전환점을 맞이한 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임대였다.
당시 겨울 이적시장에서 웨스트햄으로 임대된 린가드는 시즌 후반기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며 웨스트햄의 공격을 이끌었다. 2020-21시즌 린가드가 웨스트햄에서 남긴 기록은 19경기 9골 4도움으로, 이 절반의 시즌이 린가드의 커리어 하이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러나 맨유로 돌아온 뒤에는 다시 벤치 자원으로 전락했다. 선발로 나서는 경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교체로 출전하거나 출전하지 못하다 경기를 마쳤다. 출전 시간을 원했던 린가드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도 맨유와 재계약을 맺지 않았고, 결국 노팅엄 포레스트로 이적했다.
노팅엄은 린가드를 영입하기 위해 린가드에게 구단 최고 연봉을 약속했다. 하지만 린가드는 더 이상 그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린가드는 노팅엄에서 다른 이유도 아닌 순수하게 실력에서 밀려 나오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급을 수령해 팀의 주급 체계만 무너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팅엄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 다시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린가드는 새 팀을 찾았다. 바르셀로나처럼 명문 구단이나 프리미어리그(PL)의 에버턴도 린가드와 연결됐다. 리오넬 메시의 소속팀이자 미국프로축구(MLS)의 인터 마이애미,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지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알 에티파크 등도 거론됐으나 린가드는 한동안 클럽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연결된 팀이 FC서울이다. 영국 현지발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지난 2일 영국 '스카이 스포츠', 'BBC', '디 애슬레틱' 등 복수의 유력 매체들과 미국 'CBS 스포츠'의 벤 제이콥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일제히 린가드가 FC서울로 향한다고 보도했다.
이후 린가드는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고,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FC서울과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린가드의 한국행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주 사이먼 조던은 영국 '토크 스포츠'를 통해 린가드의 FC서울 이적을 비판했다.
조던은 "린가드는 그의 커리어와 기회를 낭비했다. 노팅엄에서도 그랬고, 결국 이 수준에 이르렀다. 린가드는 맨유에서 뛸 때도 축구보다 외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린가드가 과거에 좋은 선수였던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시간 낭비이자 재능 낭비다"라며 린가드의 FC서울 이적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린가드의 한국행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은 전에도 있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린가드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갑작스레 아시아로 향한다는 소식은 영국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높은 연봉과 좋은 조건만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선택하는 것처럼 린가드도 돈을 위해 한국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단순 루머가 아니었다. 영국 방송 패널들은 린가드가 지난여름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제안을 수락했던 선수들과 다를 게 없다며 린가드의 선택을 비판했다.
영국의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 모두 K리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K리그는 한 명의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줄 수 없는 리그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자생력을 갖춘 구단이라도 특정 선수, 그것도 PL에서 뛰며 매주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벌어들인 선수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전2030'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정돼 나라의 지원을 받아 거액의 자금을 선수 영입이나 구단 운영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여름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이 유럽 클럽들과의 자금 경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린가드도 FC서울에 합류하기 위해 연봉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린가드가 서울에서 연봉으로는 91만 파운드(약 15억 320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린가드가 2017년 맨유와 재계약을 맺었을 당시 받았던 주급 10만 파운드(약 1억 6800만원)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사실상 린가드는 자신의 주급과 연봉을 80% 이상 줄인 셈이다. 이제는 '데일리 메일'의 보도를 통해 영국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도 린가드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린가드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한국에 온 게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있었다. 린가드는 현재 e스포츠 사업과 의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국내 e스포츠 팀과 콘텐츠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린가드는 축구를 하기 위해 K리그에 왔다고 말했다. 노팅엄과 계약을 해지한 뒤 6개월 정도 FA 신분으로 소속팀 없이 혼자 훈련을 한 린가드는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내는 나이에 있는 만큼 린가드는 아직 축구에 대한 욕심이 있는 듯하다.
린가드 본인도 입단 기자회견에서 축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린가드는 "하루빨리 경기장으로 돌아가 축구를 하고 싶다. 경기장으로 돌아가 경기를 뛰는 게 중요하다"면서 "K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고, 글로벌한 무대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나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K리그의 발전을 돕겠다고 했다.
사진=박지영 기자, 김한준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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