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면담 좀 해야겠네요" 2001년생의 당찬 역호출, 이것이 1위 현대건설의 분위기

윤승재 2024. 2. 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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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김주향, 정지윤. 장충=윤승재 기자


“요즘 대화가 없었는데, 감독님과 면담 좀 해야겠어요.”

경기 전 만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정지윤에 대해 “요새 경기에서 주춤한데 많이 위축이 돼 있다. 너무 의기소침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지윤의 이야기는 달랐다. 경기 후 이 이야기를 들은 정지윤은 “제가요? 그런 적 없는데”라고 반문한 뒤, “오랜만에 감독님과 면담 좀 해야겠다”라며 웃었다. 감독이 아닌 선수가 감독을 ‘역호출’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팀 분위기를 보면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강성형 감독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하는 강스파이크 하이파이브가 대표적. 강성형 감독은 지난 1월 열린 올스타전에서 정지윤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빈 뒤, 선수들과 준비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만큼 선수들과 편하게 잘 어울리는 감독이다. 

이다현은 이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권위적으로 선수들의 의견을 자르면 우리가 말을 못할 텐데, 의견을 많이 물어보신다. 나이도 상관없다. 친구 같으면서도 아빠 같은 감독님이다”라고 한 바 있다.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 덕분에 선수들끼리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현대건설이 신구조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할 수 있는 데엔 이러한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KOVO 제공


현대건설의 이런 분위기는 9일 GS전에 빛을 발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일 정관장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하며 7연승이 끊겼다. 9일 GS칼텍스전(3위), 12일 흥국생명전(1위) 등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자칫 GS전에서 연패라도 당한다면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9일 GS를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며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다. 공교롭게도 GS전을 승리로 이끈 선수 중 한 명이 감독이 최근 위축됐다던 정지윤이었다. 정지윤은 외국인 선수 모마(24득점) 다음으로 현대건설에서 많은 득점(14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강성형 감독도 정지윤이 잘해줬다며 그를 칭찬했다. 

소득도 있었다. 이날 현대건설은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가 어깨를 부여잡고 이탈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김주향이 이 빈자리를 잘 메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9득점에 서브 에이스를 3개나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김주향은 경기 후 “중요한 시기인데 연패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정지윤-김주향. KOVO 제공


위파위의 상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강성형 감독은 “검사를 받아야겠지만, 본인은 괜찮은 것 같다고 한다. (김)주향이가 좋은 역할을 해주면서 위파위가 체력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였다. 잘 쉰 위파위가 흥국생명전에서 좋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위파위의 체력 관리에 김주향의 재발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위기를 넘긴 현대건설은 12일 흥국생명전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하자고 한다. 현재 현대건설의 승점은 65로, 2위 흥국생명과 6점 차이가 난다. 12일 경기에서 승리하면 선두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정지윤은 “우리가 이기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건 맞지만, 너무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질 수도 있지만 즐기면서 하면 좋은 모습이 나올 것 같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장충=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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