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홍콩 노쇼' 스노우볼…항저우 당국 "3월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친선전 개최 취소"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메시 노쇼 사태'에 대한 분노로 중국 항저우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친선전이 취소됐다.
글로벌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9일(한국시간) "3월에 중국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간의 친선경기는 리오넬 메시에 대한 분노로 취소됐다"라고 보도했다.
메시는 지난 4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마이애미와 홍콩 올스타 간의 친선 경기 때 예고 없이 결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이애미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를 영입해 전 세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투어를 통해 홍콩 팬들에게도 인사할 기회를 잡았으나 팬들이 경기 출전을 가장 원했던 메시는 수아레스와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끝내 출전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홍콩스타디움에는 아르센티나를 상징하는 하늘색-흰색 줄무늬 유니폼과 인터 마이애미 홈 유니폼인 연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4만 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들은 후반전 중반 이후로도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야유를 퍼부었고, 환불을 외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팬들의 항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경기 후 홍콩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팬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한 채 거센 야유를 보냈다
한 팬은 "메시가 뛰지 않는 경기는 80홍콩달러(약 1만3천원)짜리 일반적인 홍콩 축구 리그 경기랑 다를 게 없는데, 이번 친선전 티켓값은 5천홍콩달러였다"고 주장하며 분노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하려고 했지만 부상 위험성이 너무 컸다"라면서 "구단 의료팀으로부터 메시와 수아레스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다"라고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예고도 없이 메시가 경기에 나서지 않자 홍콩 현지는 물론, 중국 본토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만명 팬들이 "사기"라며 환불을 요구했고 소셜미디어에는 격분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분노는 축구 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히는 등 정부 당국까지 나서 메시의 '노쇼'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정부가 친선전 주최사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까지 철회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파장이 커졌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경기를 참관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메시의 출전을 확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메시가 결장하자 홍콩 정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메시가 결장했기 때문에 이번 친선경기 주최 측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금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이번 경기를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친선전을 주최한 태틀러 아시아에 총 1600만 홍콩달러(27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정부와 팬들이 극도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가 태틀러와 맺은 스폰서십 계약에는 메시가 안전과 건강 문제가 없는 한 최소 45분간 경기에서 뛰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시작 전 태틀러는 메시가 후반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확인했으나, 경기 종료 10분 전 부상에 대한 우려로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메시는 중국으로 떠나 일본에 도착한 후 비셀 고베와의 친선 경기를 하루 앞둔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뛰지 못한 건 정말 운이 나빴기 때문이었다"라며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축구에서는 일어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 뛰기 어려웠다"라며 "난 항상 경기에 뛰길 원한다. 우리가 이 경기를 위해 멀리서 온 데다 사람들이 우리 경기에 기대가 큰 상황이었던 만큼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시의 해명은 홍콩과 중국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7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비셀 고베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 때 후반 15분에 교체로 나와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일명 '메시의 노쇼 사태'로 인한 팬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친선 경기를 주최한 태틀러 아시아는 당시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의 티켓값 50%를 환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이들이 팬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의 총액은 무려 5600만 홍콩달러(약 95억원)이다.
태틀러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주최사로서의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불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내달 중순 이전까지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팬들이 입은 피해를 일부 보상하겠다는 뜻을 전한 가운데 중국 스포츠 당국에서 경기에 무단 불참한 메시한테 분노해 계획돼 있던 아르헨티나의 친성 경기 개최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태는 계속 커져만 갔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6월 A매치 기간 때 호주와의 친선전을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바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중국 팬들을 위해 이름이 중국어로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흥행에 성공한 아르헨티나는 오는 3월 A매치 기간에도 중국에서 경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먼저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나이지리아와 친선전을 가진 후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상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3월 A매치까지 약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메시의 노쇼 사태'가 발생하자 항저우 당국이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경기를 취소하며 보복에 들어갔다.
매체는 "중국 스포츠 당국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3월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간의 친선 경기가 취소돼 사태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환됐다"라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항저우 당국은 성명서를 통해 "상업 행사로서 한 기업과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 올해 3월 항저우에서 친선 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라며 "현재 알려진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친선전을 개최할 여건이 되지 않아 당국은 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항저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친선전이 취소됨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빠르게 새로운 경기장을 물색할 필요가 생겼다. 베이징에서 하는 코트디부아르와의 친선전은 아직 취소되지 않았는데, 이 경기도 돌연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메시가 친선전에 무단 불참한 사건이 중국 전역을 분노케 하면서 중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시작했다.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잔=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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