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에 실적 발목 잡힌 증권사, 엿보이는 반등 기대감
여전한 불확실성에도 부담 털어내고 회복 가능성 점쳐
증권사들이 충당금 적립 등 대규모 비용 반영으로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올해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해외부동산 부실 우려가 여전하지만 이미 선 반영이 된 만큼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 및 영업이익 감소 등 부진한 실적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4분기 25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직전 분기(489억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이에 지난해 연결기준 2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연간 영업손실도 3340억원에 달하며 적자전환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차액결제거래(CFD) 리스크로 인해 선제적인 대비 차원에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분기 290억원, 2분기 830억원, 3분기 7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4분기에는 1240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4분기 28억원의 영업적자를 시현했다. 다만 3분기까지 준수한 실적을 기록해 온터라 연간 실적은 수익성이 약 30% 가까운 개선세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8.1%와 29.7% 증가한 7406억원과 548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작년 4분기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으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고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8% 감소한 5110억3993만원, 순이익은 전년대비 57.8% 감소한 2980억3702만원을 기록했다. 회사측이 부동산 PF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으로 926억원을 적립한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4분기 실적은 투자자산에 대한 충당금과 자회사의 지분법 평가손실이 반영되며 부진했으며 이에 따라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연간 실적으로 기록했다”며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자산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9000억원에 육박하며 그나마 선방했지만 1조클럽에 가입했던 전년도(2022년)에는 못 미쳤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813억원으로 전년대비 19.3% 감소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경우, 연간 실적은 전년도 대비 개선됐지만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충당금 적립 이슈로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이같은 양상은 중소형사도 마찬가지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85억원과 당기순손실 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IBK투자증권도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 28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313억원으로 전년도(471억원) 대비 33.5% 감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진한 실적에도 올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한다. 국내 부동산 PF 업황 부진과 미국·유럽·홍콩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등에 따른 평가손실이 이미 비용으로 지난해 실적에 선 반영된 만큼 올해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유력한 금리 하락 기조로 증권사들의 사업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실적뿐만 아니라 주가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 등을 반영하면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9000원에서 9500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며 증권사로서는 자본 조달이나 리스크 대비를 위한 비용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해 업황 개선으로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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