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000마리 뿐인데 韓에 1000마리 온다, 상서로운 임진강

전익진 2024. 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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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하장에 등장하는 길조(吉鳥)인 학(鶴)으로도 불리는 두루미. 학은 예부터 신선이 타고 다니는 신성한 새로 여겼다.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영물로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학은 예부터 연하장과 예복 등에 단골로 등장하며 상서로운 겨울 철새로 반긴다. 두루미는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만 남은 희귀 조류다.
2월 6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무리를 이룬 채 쉬거나 다슬기 등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 사진 이석우 임진강생태네트워크 대표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과 장군여울 주변.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인 이곳엔 요즘 1000여 마리의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가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빙애여울 일대에서 월동 중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다음 달 말이면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2월 6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주변. 두루미 가족이 휴식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석우 임진강생태네트워크 대표


겨우내 얼지 않는 수심 얕은 여울서 온종일 지내


성격이 예민한 두루미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접경지역 민통선 지역 일대에서만 주로 월동한다. 군사분계선과 3㎞ 거리로 가까운 임진강 빙애여울은 두루미에게는 최적의 겨울나기 공간이다. 두루미는 주로 10∼20㎝ 깊이로 겨울에도 얼지 않는 자갈밭 옆 강가에 머문다. 다슬기 등을 잡아먹거나 인근 율무밭 또는 먹이터에서 율무·벼 등을 먹는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가족 단위로 모여 무리 지어 먹이활동을 하거나 날아다닌다. 밤에도 여울에 다리를 담근 채 쉬다가 무리를 이룬 채 잠잔다. 삵 등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다. 빙애여울과 장군여울이 바라보이는 임진강 너머에 설치된 ‘조류 전망대’ 2곳에서는 망원경으로 여울과 두루미·재두루미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민통선 지역 방문을 위해서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두루미 월동지인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상공을 날고 있는 두루미 무리. 사진 이석우 임진강생태네트워크 대표

이석우 임진강생태네트워크 대표는 “청정 연천군의 상징물이기도 한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개체 수가 환경 보호 활동가, 한국조류보호협회, 연천군, 경기도, 문화재청, 군부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의 먹이 주기와 월동지 보호 활동 덕분에 매년 겨울 조금씩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석 채취를 위해 여울 주변으로 무단 진입하거나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소음을 내 두루미를 날려 올리거나 전망대가 아닌 여울 주변으로 접근하는 등의 일부 몰지각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한편 경기 연천군은 올해 겨울부터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빙애여울 월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연천군은 10개 읍·면 및 보건의료원에 연천큐브채널용 TV를 설치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빙애여울에 모여 월동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월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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