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냉장고에 보관? 큰일납니다, 그러다 절반도 못 건집니다

# 전남에 사는 A씨는 지난 2022년 집 안 장판 밑에 만원권 지폐 등을 보관하다 낭패를 봤다. 물난리가 갑작스레 닥치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지폐들이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습기 때문에 부패한 돈다발을 챙겨 은행을 찾았다. 전액을 다 보상받진 못했지만 2886만5000원으로 어렵게 바꿀 수 있었다.
# B씨(35)는 자신이 가진 오만원권 지폐 5장의 귀퉁이를 일부러 찢었다. 남은 부분을 새 지폐 5장으로 바꾼 뒤, 찢어낸 자투리를 테이프로 붙여 위조지폐를 하나 더 만들었다. 지폐 일부가 훼손돼도 액면가대로 교환해주는 걸 악용해 6장으로 늘린 셈이다. 결국 꼬리가 잡힌 그는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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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손상 화폐 쌓으면 에베레스트 16배 높이
일상에서 훼손·오염돼 쓸 수 없는 돈은 해마다 쏟아진다. 지난해 한국은행으로 들어온 화폐 중 폐기 처분된 손상 화폐(지폐·동전 합산)는 액면가 기준 3조8803억원에 달한다. 이를 낱장으로 길게 이으면 경부고속도로(415㎞)를 약 76번 왕복할 수 있을 정도다. 위로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8849m)의 16배 높이다.
도저히 쓰지 못할 정도로 화폐가 손상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폐(은행권)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면섬유가 주요 소재인데, 습도·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폐가 손상되는 사례는 ▶습기로 인한 부패 ▶화재 ▶칼·가위 등을 통한 절단 ▶세탁에 따른 탈색 ▶장판 눌림 순으로 많다. C씨는 지난해 땅속에 오만원권 지폐 등을 묻어뒀다가 습기 때문에 썩은 걸 뒤늦게 확인했다. 이 돈을 1547만5000원으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액면가보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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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등에 지폐 뒀다 낭패…남은 크기 중요
만약 지폐가 훼손됐다면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앞·뒷면을 모두 갖췄다는 전제하에 남은 크기에 따라 교환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은 면적이 원래 크기의 75% 이상이면 액면가 그대로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남은 면적이 40~75%면 절반만 받을 수 있다. 40%도 안 된다면 교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폐를 일부러 훼손한 뒤 교환하려면 티가 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서로 다른 지폐를 테이프 등으로 교묘하게 이어붙여도 도안·일련번호 등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폐가 불에 탔을 때도 살릴 방법은 있다. 재가 날리지 않고 원형을 유지할 수 있게 상자·그릇 등으로 보존하고, 지갑 등 보관 용기에 든 상태로 탔다면 굳이 꺼내지 말고 그대로 두는 식이다. 박지원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지폐가 타 버리면 맨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경우가 생기는데, 그걸 조폐공사에 검증 의뢰하기도 한다. 진짜 화폐로 판정되면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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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깨끗이 써야 한은도 웃어…폐기 대신 재활용 확대
화폐는 지갑에 넣어 잘 정리하는 것만 지켜도 오래 갈 수 있다. 이렇게 화폐 훼손을 줄이는 건 돈을 소유한 개인뿐 아니라 한은에도 좋은 일이다. 폐기하는 만큼 새로 화폐를 찍어내야 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박지원 팀장은 "돈은 깨끗하게 써서 계속 유통하는 게 여러모로 비용을 절약하는 길"이라면서 "최소한 온도·습도 변화가 큰 곳에 보관하는 것만이라도 피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손상된 화폐의 일생은 폐기 처분과 함께 막을 내린다. 다만 금속 성분인 주화는 녹여서 소전(금액이 새겨지기 전의 주화)으로 만든 뒤, 다시 새로운 주화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지폐도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탄소중립이 강조되는 시기, 새 생명을 얻어 부활하는 경우가 늘었다. 면섬유 성분을 활용해 난방용 연료·건설용 자재 등에 사용하는 식이다. 박 팀장은 "예전엔 그냥 폐기 업체에 돈을 주고 처리했다면, 요즘은 가능한 한 재활용을 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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