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도 전자발찌 찬다…스토킹, 이젠 잘못하면 패가망신

정진우 2024. 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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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발생건수는 해를 거듭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양형 기준이 상향됐고, 유죄 판결 전에도 스토킹 가해자에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김지윤 기자

A씨(80)는 지난해 5월 이혼한 전처의 집을 무작정 찾아갔다. 둘은 이미 50년 전 이혼한 사이였다. 집에 도착한 A씨는 초인종을 눌렀지만 인기척이 없었고, 선물로 준비해 간 꿀은 경비실에 맡겼다. 이후 3개월 뒤 재차 전처의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문을 열어 줄때까지 초인종을 눌렀다. A씨는 2021년부터 2년 넘게 주기적으로 전처의 집을 찾아가고 경비실에 음식을 맡기는 등의 행동을 일삼고 있었다. 전처는 계속 찾아오는 A씨가 무서워 이사까지 했다.

B씨(68)는 단골 식당의 식당 여사장에게 마음이 생겼다. 대화를 나누며 친분이 쌓였고 애정은 점점 커졌다. 하지만 식당 사장은 다른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다. ‘한 번 만나보자’는 제안이 계속 거절당하자 A씨의 호의는 집착으로 변했다. 식당으로 찾아가 소주병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는가 하면 깨진 병 조각을 식당 사장에게 들이대며 협박했다. 두려움에 떨던 식당 사장이 전화를 받지 않자 B씨는 지난해 7월부터 49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다.

분명한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로 찾아가거나 전화로 연락하는 행위는 분명한 스토킹에 해당한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좋아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구애하는 게 미덕인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상대방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계속 찾아가거나 전화를 거는 집착 행위는 분명한 스토킹이다.

A씨의 경우 지난달 21일 1심에서 벌금 150만원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B씨는 징역 10개월에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스토킹 범죄에선 ‘열 번 찍으면 넘어가지 않을 나무가 없다’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단 의미다. 오히려 이같은 지속성과 반복성은 분명한 처벌 사유로 작용한다.

스토킹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이후에도 관련 범죄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1년 1023건이던 스토킹 발생 건수는 이듬해인 2022년 1만545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1만2009건을 기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달 19일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죄질이 나쁜 스토킹 범죄에 대해 최고 징역 5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 기준까지 만들었다. 개정된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스토킹 범죄는 최고 징역 3년까지 선고 가능한데, 흉기 등을 소지한 채 스토킹 범죄를 벌일 경우엔 양형 기준이 최고 5년으로 상향된다. 이같은 흉기 소지 스토킹의 경우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벌금형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흉기를 동반한 스토킹은 보다 죄질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상습적인 스토커에 대해 위치 추적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내용의 스토킹 범죄 처벌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은 유죄 판결 이후에만 가능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며 수사나 재판 단계부터 최장 9개월까지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근거로 전북경찰청은 지난달 23일 유죄 판결 전 스토킹 가해자에게 처음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해자가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면 피해자는 알림 문자를 받고, 경찰관은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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