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설풍경 "귀성전쟁 없고, 고난의 행군 이후 떡국도 사치"
북한에서도 정월 초하루, 음력 1월 1일인 설날은 대표적인 민속 명절이다. 올해 북한 달력을 보면 설날 당일인 10일부터 일요일인 11일까지 연휴다. 민속 명절 중에서 설·추석만 공휴일인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청명(양력 4월 5일경)도 공휴일로 지정했다.
북한에서 민속 명절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봉건 잔재', '낡은 유물'로 배척받으면서 사라졌다. 대신 정권수립일(9월 9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등 주요 정치일정을 '사회주의 명절'로 기념했다.
그랬던 민속 명절이 다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북한 당국이 1970년대 조총련을 비롯한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고향 방문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대표적인 전통명절인 추석과 설날은 1988년과 99년에 각각 공식 복원됐다.
설날 아침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친척이나 동네 어른들을 찾아 세배하는 모습은 북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적인 설 풍경이다. 설날을 맞아 연날리기, 팽이치기, 널뛰기, 제기차기 같은 전통놀이를 즐기는 것도 비슷하다. 북한 주민들은 TV로 중계하는 소싸움, 씨름 같은 민속 경기를 시청하기도 한다. 특히 명절을 맞아 편성되는 특선외화는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 살 나이를 더 먹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떡국을 끓여 먹는 것도 한국과 비슷한 점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설 명절을 앞두고 떡국 끓이는 법을 담은 소개편집물을 방영하곤 하는데, 해당 영상에선 "육수는 꿩고기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지만 꿩이 없으면 닭으로 육수를 내도 된다"며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떡국 육수에서 나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탈북민들 사이에선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설음식으로 떡국을 먹는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경우 따뜻한 밥에 육수를 부어 먹는 '온반(溫飯)'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명절 음식을 차려 먹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북한에선 이동의 자유가 없는 탓에 고향을 찾는 귀성문화가 없는 것은 한국과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평양의 일부 부유층은 명절 연휴에 평양의 대표적인 식당인 옥류관과 청류관에서 평양냉면이나 쟁반국수와 같은 별미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원한 40대 탈북민(2018년 탈북)은 "(한국에)정착한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이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찾거나 주변 사람들의 선물을 챙기는 모습이 어색했다"며 한국에서 보낸 첫 명절에서 느낀 남북 간 차이점을 설명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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