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총선보다 구민과의 약속 중요" [구청장 열전 ①]
"2040년 성동구 미래 계획 세우고 제도 정비까지 해 놓는 것이 목표"
"삼표 부지에 조성될 복합문화공간, 서울 대표 문화상품 될 것이라고 자신"
"구민들과의 약속 중요해 총선 불출마…서울시장은 생각해 본 적 없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서울 성동구의 지난 10년은 말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그 10년을 오롯이 성동구와 함께 했다. 정 구청장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유일한 3선 구청장이며 구정 운영에서도 항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총선이 있는 올해, 그는 누구보다도 출마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구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다.
1968년 8월 12일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정 구청장은 여수고등학교(35회)와 서울시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에서 도시개발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1995년 양재호 서울시 양천구청장의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임종석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당적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지난 7일 데일리안은 설 연휴를 앞두고 정 구청장을 만나 그의 구정 운영 철학과 성동구의 향후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데일리안과 정 구청장 간 일문일답.
-10년간 성동구청장으로 일했는데 10년 전과 지금과 비교했을 때 성동구가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달라진 건 주민들의 성동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라고 할 수 있다. 2014년에 처음 구청장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성동구 주민들의 생활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90% 이상의 주민들이 만족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성동구 하면 약간 낙후된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는 사이에 지금은 부촌으로 인식되고 있다. KB 금융 보고서에서도 작년에 성동구가 부촌으로 처음 등재가 됐다. 그정도로 성동구가 많이 바뀌었다. 실질적으로도 성동구의 소득 수준이 서울 자치구 중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요즘 성수동 하면 기업활동하기도 좋고 주거환경도 좋은 곳으로 꼽힌다. 기업을 많이 유치해서 일자리가 많아지고 일과 주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3선 구청장으로서 이제 임기가 2년 남았다. 이번 임기 중에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업은 어떤 것인가.
"확고하게 해놓고 싶은 것이 있다. 2040년까지 내다보는 성동구의 미래 계획 확정이다. 구에서 추진하는 4대 도약 4대 중심 계획이 있는데 이걸 올해 안에 구체화하려 한다. 설계를 잘 짜 놓아야 다음 구청장이 이어받아서 그 설계를 바탕으로 본인들의 행정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에 해당하는 도시 기본 계획을 만들어 놓으면 그에 대한 관리 계획도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까지 임기 내에 완비하면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되니까 후임 구청장이 도시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남은 임기 내 확고하게 해야 할 일이다.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구청장으로서 언제나 신경쓰고 있다. 작년에 성동구에서 최저 주거 요건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그 조례를 올해 구체화 할 계획이다. 난방을 예로 들면 지금도 연탄을 때는 집이 있다. 가스중독과 화재가 얼마나 위험한가. 그런데 일반적인 복지는 그런 집에 연탄을 지원해준다. 위험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성동구가 하려는 것은 연탄을 때지 않고 난방할 수 있는 집을 최저 기준으로 정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그런 개선사업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협약을 맺어서 그 개선비용을 구에서 지원해주고, 비용을 지원받은 임대인은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세입자는 개선된 환경에서 거주하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주거와 난방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하반기부터 사업시행 및 제도개선을 하는 것이 목표다."
-민선 6기와 7기를 거쳐서 8기까지 오면서 가장 구민들이 만족하는 일이 삼표레미콘 부지를 이전한 것이다. 그 부지에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해당 부지에 임시로 '성수 문화예술마당'을 조성해서 운영중이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어떤 공연을 올릴 것인지 사전에 신청을 받고 전문가들이 심의를 해서 선정한다. 아트 퍼포먼스 '푸에르자부르타' 공연이 지금 진행 중인데 성황리에 잘 되고 있다.
사업성이 충분해 서울숲 일대에 공연장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공연장 외형은 오페라하우스 같은 형태로 진행될 것인데, 내부는 '박스형 공연장'이라고 해서 좌석을 가변형으로 설치한다. 좌석 없이 들어가면 80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고, 좌석을 놓아도 최소 2000명은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구조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가변형 공연장이 트렌드다. 클래식, 첨단 공연, 전시회 등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계획하고 있다. 성수동다운 공연장이 될 것이고 서울의 대표 문화상품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성동구가 민선 6기와 7기에 이어서 이번 8기에도 또 공약 이행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항상 최우수 등급을 놓치지 않았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일단 구청 직원들이 열심히 한 공이 크다. 그리고 민선 6기 첫 취임부터 공약 이행 점검 상황판을 설치하고 진도율을 다 체크하고 있다. 단순한 진도율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완료시기까지 지정해놓고 추진하고 있다. 모든 공약을 분야별로 다 보면서 분기별로 대책회의를 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바로 조사해서 보고받고 가급적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실무를 진행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가 바쁘고 힘들어야 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성과를 낸 직원들은 승진 등 보상도 확실하게 해준다."
-이번 총선에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 출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는데 불출마 결정 배경은 무엇인가.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지역위원장 직을 내려놓으면서 내가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그게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지역위원장 맡고 구청장하고 그러니까 당연히 총선 출마하겠다는 예상을 주위에서 많이 했던 것 같다. 주민들도 총선 출마하라는 권유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총선에 출마함으로써 구청장직을 사퇴하게 되면 주민들하고 한 약속을 어기게 된다는 것이 가장 걸렸다. 매일 매일 생각이 달라질 정도로 복잡했다. 하지만 결국은 복잡할 때는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실리와 명분 중에 굳이 따지자면 명분을 찾는 것이 맞다. 결국 원칙이 중요한 것이고 그걸 선택한 것이다. 불출마 결정에 대해서 조금의 후회도 없다."
-현재 3선 구청장에다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니까 2026년에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서울시장 출마는 아직 고민한 적 없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는 서울시 전반을 다 알아야 하지않나. 지금 내가 서울 성동구는 잘 알더라도 다른 지역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고 갖춰야 될 것들이 많다. 아직까지는 내가 부족한 게 많아서 서울시장 도전할 자질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민선 8기 임기 중에는 구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내년 말쯤 임기 종료가 가까워지면 고민해볼 문제다."
-설 명절을 맞아 구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늘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리고 요즘 구민들께서 구청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은 것 같다. 의논할 일이 있을 때 구청 직원들을 먼저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래서 그런 감사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 저희들이 계속 처음처럼 끝까지 잘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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